매일신문

[신작 영화 리뷰] 클래스

변두리 작은 교실을 통해 들여다본 프랑스 사회

아이들은 말한다. "배워 보면 알죠. 말뿐이라는 것." 그러나 선생님도 할 말이 많다. "가르쳐 봐야 알죠. 울화통 터지는 것."

교복에 머리를 빡빡 깎고 집체훈련처럼 교육받던 과거와 달리 요즘 교실은 매시간 전쟁과 같다. 선생님들은 프라이팬의 끓는 기름처럼 튀는 아이들을 제자리에 앉히기도 힘이 든다고 말한다. 개성도 존중해야 하고, 공부도 시켜야 하고, 부모님과의 갈등도 풀어야 하고…. 여기 프랑스 어느 교실도 마찬가지다.

2008년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클래스'가 1일 개봉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의 어느 중학교 교실. 프랑스어 교사 마랭(프랑소와 베고도)은 긴장을 안고 수업을 준비한다. 열혈 4년차 교사. '언제나 마음은 태양'과 같이 교육 현장의 위대한 스승들이 많지만, 그는 때로는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평범한 교사이다.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 피부색도 제각각이고, 대부분 가난하고, 간혹 불법체류자의 자녀들도 섞여 있다. 매시간 작은 전쟁의 연속이다. 교실과 규칙이 불편한 아이들. 조금만 방심하면 흐트러질 아이들이다. 마랭은 아이들에게 자기 역사를 만드는 과제로 수업을 시작한다.

'클래스'는 장편 '인력자원부'(1999년)로 데뷔한 로랑 캉테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그는 노동계층의 갈등을 그린 '인력자원부'를 비롯해 실직자의 얘기를 그린 '타임 아웃'(2001년) 등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카메라를 들이댄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왔다.

'클래스'는 실제 교사와 학생이 출연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영화다. 젊은 남자 교사와 다양한 개성을 표출하는 학생 간의 대립과 충돌, 교감이 차분하면서 절제된 감정으로 풀어낸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학생 25명은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 계통의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프랑스 파리 20구역의 돌토중학교 학생들로 출신지는 말리에서부터 중국까지 다양하다. 마랭 역을 맡은 베고도는 한때 교편을 잡은 적이 있는 '클래스'의 원작자이고, 교사들도 모두 돌토중 교사들이며 학부모 대부분도 실제 학생들의 부모다.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많아 교실에서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축구대회를 놓고 설전이 벌이기도 하는 등 사실적이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영화의 원제 '앙트레 레 무르'(Entre Les Murs)는 '벽 사이에서'라는 뜻이다. 벽으로 갇힌 감옥, 아이들이 바라보는 학교를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캉테 감독이 원작을 만나기 전까지 썼던 시나리오는 반항하다 학교에서 쫓겨나는 술레이만이란 아이의 이야기였다. 실제 파리의 학교마다 1년에 10여명이 퇴학당한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서로를 인정해 가던 마랭과 아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서로의 간격을 확인한다. 교사들의 학생 평가 현장에 있던 학급 대표인 에스메랄다가 회의 내용을 아이들에게 모두 유출하면서 갈등이 터진다. 흥분한 마랭이 에스메랄다를 몸 파는 여성에 비유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아이들은 마랭의 말을 꼬투리 삼아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때 화를 이기지 못한 술레이만이 욕을 하고 교실을 박차고 나가면서 학급의 갈등은 교내 문제로 커진다. 결국 교사들의 투표로 술레이만이 퇴학당하고 아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다시 방학을 맞는다.

감독은 아이들의 암울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 등 학교의 구조 속에서 프랑스의 사회를 재구축한다.

얼마 전 내한한 캉테 감독은 "제가 생각하기에 이 학교의 다양성은 현재 프랑스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함이 프랑스 문화를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갈등의 여지가 커질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갈등과 대립 속에서 아이들이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면서 서서히 성장해 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유 없이 우는 사람들은 싫어요. 테크노 음악도 안 좋아해요. 애정 표현이 지나친 커플들도 싫어요. 교도소에 있는 형 면회 가는 것은 안 좋아해요. 아이돌 그룹도 싫어요. 정치도 싫어요. 이라크 전쟁도 싫고. 수학도 인종주의자들도 싫어요. 그러나 이 학교는 좋아요."

교육 현장을 그린 영화 중에서 가장 진정성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교사의 헌신적인 애정에 감화되는 할리우드식 인위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들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어느 영화보다 진지하게 다가온다. 12세 관람가. 러닝 타임 129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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