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공직자 재산

공자의 70여 제자 중 가장 부유한 이는 자공(子貢)이었다. 뛰어난 언변에다 돈 버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가 사두마차에 비단을 싣고 찾아다니니 제후들이 몸소 뜰까지 내려와 후대했다.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널리 알려진 것도 자공이 스승을 모시고 다니며 적극 홍보했기 때문이다.

자공과는 달리 자사(子思)는 그런 재주가 없었다. 자공이 후미진 뒷골목에 숨어 사는 자사를 찾아갔다. 화려하게 차려입고 어지간한 골목에는 들어가지도 못할 큰 수레를 타고 갔다. 문 앞에서 자공을 맞은 자사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했던지 자공이 "무슨 병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자사는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고 들었소. 나는 그저 가난할 뿐 병이 든 것은 아니오. 세속에 영합해 행동하고 작당을 하여 이익이 있는 자와만 사귀며, 자랑하기 위해 학문을 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남을 가르치며, 인의를 사악하게 쓰고 치장이나 일삼는 그런 짓을 나는 차마 할 수 없소"라고 대꾸했다. 자공이 머뭇거리며 부끄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다가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가버렸다.

자공이 부정하게 돈을 번 것도 아니다. 공자가 논어 선진 편에서 "자공은 천운을 기다리지 않고도 부를 누렸다. 그의 슬기로운 판단은 거의 적중했다"고 말했듯 이재에 밝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자사의 말에 부끄러워한 것은 도(道)를 즐기지 못한 때문이다.

지난 1년간 공직자들의 재산 증감 여부가 공개됐다. 공개 대상 공직자 1천851명 중 58%가 재산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매년 재산 변동 사항을 신고하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혹시나 옳지 않은 수법으로 재산을 불리지는 않았는지 검증코자 함이다. 공직자라면 마땅히 치러야 할 통과의례다. 많은 재물을 가졌다고 해서 탓할 사람은 없다. 건전하고 투명한 화식(貨殖)은 마땅히 권장받아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사지를 제대로 덮지 못하면 어진 이가 드물고, 오장이 텅 비면 지조 있는 선비가 없다고 했다. 없는 것보다는 적당한 재물을 요긴하게 쓰면 미덕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직자에게 재물은 마치 칼날과도 같다는 점이다. '군자가 부유하면 덕을 즐겨 실천하라'는 가르침도 바로 이를 경계하기 위함이 아닐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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