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멘탈이다] 통찰

1949년 8월 5일 미국 몬태나 주에 있는 어느 협곡의 소나무 숲에 번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다지'를 대장으로 한 낙하산 소방대원 15명이 급파됐다. 그 곳은 대평원과 로키산맥이 만나는 곳이었다.

협곡에서 불 난 곳의 반대편에 도착한 대원들은 대장의 명령에 따라 협곡 밑바닥으로 향했다. 바람은 그들의 방향과 일치했다. 그런데 갑자기 풍향이 바뀌는 통에 협곡을 건너 자기들 편의 잔디로 옮겨 붙은 불은 상승기류를 타고 맹렬히 쫓아오면서 계곡 안의 공기를 몽땅 빨아들여 태웠다. 갑자기 다지를 가로 막은 100여m 높이의 화염 벽에서는 분속 210m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부하들은 협곡 위 능선을 향해 가파른 벽을 올랐다. 다지의 어깨 너머에서 쫓아오는 불길은 불과 10여m였다.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달리기를 멈춘 다지는 절망의 순간에 도주 계획을 세웠다.

성냥을 그어 자기 앞의 잔디에 불을 붙이고는 그 불이 태워가는 공터 속으로 은신했다. 수통을 열어 적신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는 눈을 감은 채 연기가 푸석이는 잔불 위에 바짝 엎드려 땅바닥에 얇게 깔린 산소를 마시면서 불길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대원 13명이 사망했다. 공포의 몇 분이 흐른 후 다지는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나왔다. 그는 그런 방법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다지의 생존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의 황금 왕관 사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을 생각해 낸 뉴턴의 경험과 함께 전설적인 통찰의 예로 꼽힌다. 그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문제에 당면할 때마다 대뇌에서는 활성이 변화하는 부위가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서 변화 양상이 다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양측 측두엽의 활성이 크게 증가하는데 반해, 통찰에 의한 해결에서는 전대상회피질의 활성이 증가했다. 이 부위는 전두엽의 정중선 부위이다.

통찰에 크게 의존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뇌의 활성이 달랐다. 기능적 핵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한 연구에 의하면 통찰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뇌의 우측 전상측두회의 활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높았다. 뇌파에서는 통찰에 의해서 문제가 해결되기 300ms(밀리세컨드=1천분의 1초) 전에 같은 부위에 감마파가 출현한다. 이 뇌파는 뇌의 활성이 현저하게 증가되었음을 의미한다.

전광석화처럼 불현듯 해결책이 떠오르는 찰나에도 머릿속은 한가할 겨를이 없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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