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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고전음악] 어린이 클래식'피터와 늑대'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5월이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등이 줄줄이 이어져 가벼운 지갑을 더욱 허전하게 만들고 그리 바쁘지 않던 사람들조차 이런저런 약속들이 잡혀 있을 만큼 5월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이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나보다.

5월 공연장 프로그램 홍보전단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문구가 '가정 음악회' 혹은 '가족 음악회'다. 그런데 막상 클래식 음악과 가족, 가정을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쉽게 떠오르는 작품들이 그리 많지 않다. 솔직히 어른들에게도 긴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편안하고 쉬운 감상이 아닌 클래식 음악이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지는 클래식 음악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늘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오직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나중에는 이야기와 애니메이션으로, 혹은 다양한 연출의 무대 공연으로 제작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재미있고 즐거운 클래식 음악이 있다. 20세기 러시아 출신 작곡가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Sergeevich Prokofiev; 1891.0423-1953.03.05)의 '피터와 늑대'(Peter and Wolf)가 바로 그 작품이다. 1936년 미국 망명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프로코피에프가 자신의 아들에게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 러시아 전래 동화를 바탕으로 대본을 완성해 낭독자(내레이터)와 관현악을 위한 '교향적 동요'라는 형태로 작곡한 음악이다. 40, 50대 연령의 어른들이라면 호빵을 닮은 귀여운 소년 피터가 장난감 같은 총을 어깨에 메고 숲속으로 늑대 사냥을 떠나는 장면과 함께 들리던 즐겁고 경쾌한 현악 4중주의 멜로디를 아직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19세기 말 혼란기에 빠져 있던 러시아에서 태어나 아주 어릴 적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여준 프로코피에프는 라흐마니노프와 함께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러시아 작곡가이자 세계적인 작곡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918년 러시아에 혁명이 일어나면서 소비에트 공산주의 연방이 되자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아들이 태어나자 그는 다시 조국을 찾게 되었고 아들에게 조국에 대한 예술과 문화를 전해주기 위해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만화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게 되었던 것이다.

'피터와 늑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낭독자(내레이터)가 있고 각 등장인물 및 동물들은 자신을 상징하는 악기로 주제(테마) 멜로디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피터는 밝고 명랑한 현악4중주 합주로, 엄하고 고집스런 할아버지는 낮은 목관악기 바순이, 피터의 친구 새는 플롯으로, 심술궂은 오리는 뒤뚱뒤뚱 오보에가 묘사하고 있다.

23일 금요일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클래식 음악을 만들어낸 프로코피에프가 태어난 날이다. 1936년 '피터와 늑대'가 초연된 때도 5월이었던 것처럼 프로코피에프와 '피터와 늑대'는 어쩌면 5월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악이자 우리 아이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작품일 것이다.

최영애 영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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