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은 대구경북의 미래다] <1> 잃어버린 母性을 찾아줘야

생명의 젖줄인 어머니江…한없는 사랑에 보답하자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낙동강이 갖고 있던 모성(母性)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주 경천대를 유유자적 휘감아 돌며 흐르는 낙동강.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낙동강이 갖고 있던 모성(母性)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주 경천대를 유유자적 휘감아 돌며 흐르는 낙동강.

6·2지방선거가 달아오르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살리기와 수질 개선 등을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여당 등 찬성 진영과 환경 재앙 우려 등을 이유로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야당 등 반대 진영 사이에 불꽃튀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다시금 해부해본다.

(1)낙동강에 모성(母性)을 찾아주자

시인들은 어머니를 강(江)에 비유하곤 했다.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이 넉넉한 품으로 모든 것을 안고 흐르는 강의 이미지와 중첩되기 때문이다.

'어머니 넓은 들판을 갉아먹고 사는 들쥐처럼 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허리를 갉아먹으며/그래도 당신은 웃기만 하십니다 자식 얼굴에 웃음짓는 걸로 허리를 대신하겠다고 하시며 당신은 그저 웃기만 하십니다/(중략)/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중략)/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이해인 수녀의 시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중 일부).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이 강을 닮은 것처럼 강 또한 어머니를 닮은 존재이다. 자연이 그러하듯 강 역시 어머니처럼 인간들에게 한없는 혜택을 안겨줘서다. 강을 향해 인간들은 투정을 부리고 상처를 주지만 강은 모든 것을 품어 안은 채 말없이 흐른다. 그렇기에 시인들은 물론 사람들은 강을 '젖줄'이라 부르고,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어머니'와 같은 존재, 낙동강

1천300리에 걸쳐 대구경북을 비롯해 영남지역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그 유장한 모습은 어머니의 형상을 빼닮았다. 낙동강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을 기름지게 만들었다.

낙동강과 그 주변의 너른 평야를 터전으로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배고픔을 해결했다. 안동의 풍산들, 의성의 안계들, 상주의 사벌들 등 경북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쌀 곡창지대가 된 것은 오로지 낙동강 덕분이다. 낙동강을 타고 흘러온 흙들이 강 주변에 쌓이면서 옥토(沃土)가 됐고, 낙동강의 풍부한 물은 벼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시름을 덜어줬다. 경북 성주가 참외, 고령이 딸기와 수박의 대표적 생산지가 된 것도 낙동강이 선물한 사질토양과 풍부한 수량(水量) 덕분이다. 이태암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농업 분야에서 낙동강이 이 지역에 안겨준 혜택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며 "자식을 위해 한없이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은 것이 바로 낙동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낙동강은 대구경북을 위해 먹을거리만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낙동강을 따라 성리학이 융성하는 등 이 지역의 문화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낙동강이다.

영주에 씨앗을 뿌린 성리학은 낙동강을 따라 안동에서 정점을 이룬 후 상주, 성주, 고령 등지에서 오래도록 찬란한 향기를 뿜어냈다. 낙동강을 따라 성리학이 발전한 이유는 낙동강이 조선 선비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한 덕분이다. 낙동강을 오가는 물길과 그 주변 길을 따라 제자들이 스승을 찾아뵙고 학문을 닦고, 잇고, 발전시킨 덕분에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성리학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성리학이 낙동강을 따라 융성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대구경북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낙동강이 조선 성리학을 튼실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성리학은 인재 배출의 산실(産室) 역할을 한 것이다. "조선 인재의 반(半)은 영남 출신"이란 말이 나온 연유를 따져본다면 그 끝엔 낙동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발전의 '요람', 낙동강

우리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대한민국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위기에 몰린 이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 것도 낙동강이다. 낙동강을 사이에 둔 남북한 간의 치열한 공방전에서 국군과 학도의용병의 붉은 피로 조국을 끝내 지켜냈다. 낙동강 강변은 물론 낙동강을 따라 굽이치는 산들과 골짜기마다에는 조국을 위해 스러져간 영혼들이 잠들어 있다.

조국을 사랑하며 숨진 수많은 젊은이의 피로 얼룩졌던 낙동강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터전이 되기도 했다. 구미시와 칠곡군 석적면 일대에 걸쳐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 1969년에 첫 삽을 뜬 것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이다. 한 해 수출 총액이 35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구미산단은 주춧돌 역할을 했다. 전자, 반도체, 휴대전화 등 구미산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전 세계 시장을 누비며 '코리아 강국'의 이미지를 드높이고 있다. 구미산단이 세계 굴지의 산업단지가 될 수 있었던 토대가 낙동강이다. 공장용수(用水) 확보와 같은 현실적 이유를 넘어 세계적 공단은 강을 끼워야 발전할 수 있는 필연적 연유에 따라 낙동강을 지척에 둔 구미산단은 욱일승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종배 구미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낙동강이 구미를 가로질러 흐름에 따라 구미는 우수한 공장 용수 확보가 가능한 등 천혜의 공단 조건을 갖췄다"며 "낙동강을 중간에 두고 자리잡은 구미산업단지 1~5단지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대구경북 발전을 이끈 또 다른 산업단지인 대구염색공업단지, 대구3공단, 서대구공단 역시 낙동강과 가까이 있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해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다.

◆낙동강 살리기 핵심은 강의 모성(母性) 회복.

대구경북은 물론 대한민국에 끝없는 혜택과 번영을 가져다준 낙동강. 하지만 현대화, 특히 공업화의 격류 속에서 사람들은 낙동강에 적잖은 상처를 주고 말았다. 1991년 페놀사태를 비롯해 1,4-다이옥산과 같은 오염 물질을 강에 마구 흘려보냈다. 강 바닥에 있는 자갈과 모래를 마구 긁어내 아파트를 지었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강을 훼손했다. 그 탓에 낙동강은 어머니와 같은 모성을 간직한 강이기는커녕 지쳐가고 죽어가는 강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일부 보(洑) 경우 공정률이 20%에 육박하는 등 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업은 속속 진척되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경제·문화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수질이나 환경, 생명을 위해 낙동강 사업은 시의적절하고 필연적 사업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 반대 진영에서는 낙동강이 지닌 마지막 생명줄마저 끊는 사업이라며 낙동강 살리기가 아닌 '낙동강 죽이기 사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두고 양 진영이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낙동강이란 존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게 먼저이다. 그리고 낙동강이 왜 모성을 상실했는가를 따져보고 그 모성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자식을 한없이 감싸고 고통을 인내하는 어머니처럼 낙동강은 오늘도 말없이 흐르고 있다. 그 침묵의 흐름 속에서 낙동강이 이 시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는가를 우리는 진지하게 들어야 할 것이다. 생명력의 복원, 더 넓게는 태초부터 강이 갖고 있는 모성(母性)의 회복이란 큰 틀에서 낙동강을 바라보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말없이 흐르는 저 낙동강은 자신을 위해 우리들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할지 계속 지켜보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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