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문화재단은 문화권력이 아니다

대구문화재단이 출범 10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재단은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잉여금 등 185억 원의 기금으로 지난해 7월 출범했다. 당시 김범일 대구시장은 500억 원을 목표로 기금확충에 최우선을 두고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하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 그 성적표는 초라하다. 그동안의 기부금은 대구은행 1억 원과 개인과 단체 2곳의 1천만 원 등 1억 1천만 원뿐이다.

문제는 대구문화재단이 기금확충 노력은 뒷전이고 자체 행사와 지역 문화예술단체 지원 사업을 벌이면서 하나의 문화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 사업은 재단 내 특정 인사가 깊숙이 개입했고,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일부 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비슷한 유의 행사에 대한 지원이 엇갈리고, 특정 단체가 아예 배제된 것이 그 예이다.

7월부터 치를 예정인 대구문화도시운동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김순규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강조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구의 문화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일부 내용이 대구의 이미지와 맞지 않고, 갓 출범해 기금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대구문화재단의 사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올해는 사업비가 모자라 대구은행의 기부금 1억 원과 지역 문화예술기획지원비 2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적립해야할 기부금과 지역 단체 지원비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문화재단의 설립목적이나 대구문화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문화재단은 문화권력이 돼서는 안 된다. 주사업인 지역문화지원사업도 대구시로부터 위탁을 받은 것이지 재단의 입맛대로 선심 쓰듯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대구문화재단은 기금확충과 지역문화예술활동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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