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 신동재 5.2㎞ 산길서 아카시아 벌꿀축제

300여 양봉농가 2만통 꿀벌 사육

연초록 신록이 산천을 뒤덮는 5월이면 칠곡 지천면 신동재에는 아카시아꽃이 지천이다. 5.2㎞의 산길 주변은 아카시아꽃이 터널을 이룬다. 해마다 아카시아벌꿀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벌꿀을 치는 사람들에게는 꿀물이 흐르는 양봉산업의 메카다.

30, 40년 전부터 전국의 양봉농가가 1차 밀원지인 신동재 일대로 몰려들었고 인근 농가들도 자연스럽게 꿀벌을 기르는데 익숙해졌다. 양봉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칠곡에는 팔공산(가산)과 금오산(서진산) 기슭에도 양봉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300여 양봉농가에서 2만군(통)에 이르는 벌꿀을 사육하며, 황학산과 금화계곡 등지에도 10여 농가가 1천군의 토봉꿀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하는 벌꿀은 240t 가량. 칠곡의 대표적인 벌꿀 브랜드인 '꿀이네'와 '안상규벌꿀' '황학산토봉꿀' 등의 상표도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양봉 부산물로 화분과 프로폴리스, 로열젤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화장품과 비누, 샴푸, 치약까지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칠곡군이 양봉특구로 지정되고 양봉산업의 선진 지역으로 발돋움한 데는 칠곡양봉영농조합법인 박명우(68) 대표의 역할이 컸다. 칠곡군양봉연구회 초대 회장이었던 박 대표는 1990년대 중반 골짜기마다 제각각 벌꿀을 치고 있는 농가들을 모아 봉우회를 조직하면서 양봉산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7년 양봉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소분장을 설치 운영하면서 '꿀이네'란 상표를 등록했다. '꿀이네'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꿀'하면 '설탕'이 섞여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양봉협회의 검사에 합격한 꿀만 판매한다. 또 양봉협회 부설 양봉산물연구소에 보증금을 걸고 품질관리를 의뢰해 탄소동위원소 검사로 설탕의 함유 여부 등을 철저하게 규명한다.

그래서 '꿀이네'는 밀원지의 상징인 신동재가 있는 양봉특구 칠곡에서 생산한 꿀답게 순수한 꽃꿀 즉 '프리미엄 벌꿀'임을 자부한다. 칠곡군수의 추천을 받아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판매를 하고, 양봉기자재와 소분장 설치비 등을 지원받은 것도 그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벌수염붙이기 기네스 기록 보유자인 안상규(49)씨도 같은 봉우회 소속이다. 1980년대부터 동명면 학명리에서 양봉을 하면서 자가소분장과 직판장을 개설하고 '안상규벌꿀'이란 자가 브랜드를 상표등록했다. 안씨는 벌수염붙이기 기록 도전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벌꿀 홍보에 나서며 칠곡 양봉산업 선진화에 기여했다.

칠곡양봉영농조합법인 박명우 대표는 "이제는 더욱 특화된 양봉산업 육성을 위해 아카시아를 대체하는 헛개나무로 밀원수를 조성하고 이를 이용한 생약산업과 축산물브랜드화사업, 프로폴리스를 이용한 무항생제 돼지고기 브랜드 개발 등도 추진할 것"이라며 "벌꿀과 차조기를 연계한 향토산업 육성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칠곡군 이상기 축산계장은 "칠곡의 양봉산업 입지를 바탕으로 아카시아벌꿀축제가 생겼고, 이를 기폭제로 양봉산업의 저변이 꾸준히 확대됐다"며 "15, 16일 이틀간 칠곡 신동재(국도 5호선 옛길) 정상에서 열리는 올 아카시아벌꿀축제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6월 지방선거를 감안해 칠곡양봉연구회 주관으로 벌꿀판매와 양봉산업 홍보 행사 위주로 축소해 연다"고 소개했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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