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에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하루에 몇 번 거짓말을 하는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결과는 남자는 하루 6번, 여자는 3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횟수는 차이가 있지만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산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남을 속이는 말은 나쁜 것이란 인식에도 불구, 거짓말은 피할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인 셈이다.
거짓말과 사람의 이 같은 관계 때문인지 만우절은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만국 공통의 기념일이라고도 한다. 만우절의 의미는 유쾌한 거짓말로 웃음을 나누며 삶의 긴장을 푸는 데 있다. 당연히 만우절의 거짓말은 조건이 있다. 악의가 없어야 한다. 프랑스에는 만우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이야기가 전해 온다. 감옥에 갇혀 있던 공작 부부는 농부로 변장하고 옥문을 벗어났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도망자의 신분이 드러났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간수들은 그러나 '4월의 바보의 날' 즉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로 웃어넘기고 말았다.
거짓말이 유쾌한 반전의 즐거움을 선사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만우절이면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가짜 기사를 실어 독자들을 웃게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자칫 항의와 반발을 사기 십상이다. 악의 없는 거짓말을 웃어넘길 여유가 부족한 탓이다.
며칠 전 검찰총장은 "어디를 가도 곱슬머리냐 파마머리냐고 묻기에 머리를 짧게 잘랐더니 '원래는 더 곱슬한데 파마를 해서 폈다'는 등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더라"고 했다. 검사 향응 접대 사건이 오늘날 검찰의 모습이나 검찰 전체에 만연한 구조적인 관행이 아닌데도 이를 외부에 정확히 알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취지였다. 답답함을 토로한 말인 듯하나 닫힌 마음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의혹과 억측이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됐다.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머리를 갸우뚱하고 무슨 변명을 해도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 어제 등록한 지방선거 후보자 중 병역면제를 받은 이는 대상자의 13.6%로 나왔다. 시'도지사 후보 중에는 43%가 군대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에 대한 봉사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진 분들의 절반 가까이가 국민의 기본적인 병역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물론 면제 꼬리표가 개인적으로 억울한 분도 없지 않을 터다. 그러나 나중 그들의 말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여기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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