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라면 어떤 무대든 좋다" 부자 가수 '신웅과 신유'

누구도 부럽지 않은 친구같은 부자

부자 가수인 신웅과 신유가 서울 강변역 인근 사무실에서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부자 가수인 신웅과 신유가 서울 강변역 인근 사무실에서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피는 못 속이는 지역 출신 부자 가수, '신웅과 신유'

'태진아와 이루', 대한민국 대표 부자 가수다. 이에 못지않은 지역 출신의 부자 가수가 있다. 바로 '신웅(57)과 신유(28)'. 노래 실력뿐 아니라 부자유친(父子有親)의 측면에서도 태진아·이루 부자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 단지 유명세라는 측면에서 뒤처질 뿐이다.

아버지부터 소개하면 칠곡군 약목 출신으로 메들리 음반의 4대 천왕 중 한명이다. 메들리 음반의 4대 천왕은 김란영, 김용임, 진성 그리고 신웅이다. 신웅의 메들리 음반은 20년 전 히트를 치기 시작해 10여년 동안 비공식 집계로 2천만, 3천만장이 팔렸다. 이때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는 아들을 가수로 키우는 데 종자돈으로 쓰이고 있다.

아들은 신세대 대표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는 또다른 색깔의 발라드풍 트로트로 성인가요 부문과 주부 가요교실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신유. 군대를 마치고 돌아와 2년 전 처음 낸 앨범 '잠자는 공주'가 꽤나 인기를 누렸다. 이 노래는 아직도 히트 중이며 지상파 및 케이블을 통해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시계바늘'과 '나좀 봐'도 1집에 수록된 준 히트곡.

지역에 있는 성인가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부자 가수인 신웅과 신유 부자를 12일 동서울 버스터미널 인근 '신웅과 음악이야기' 사무실에서 만났다. 부자는 고향에서 기자가 올라왔다고 살갑게 맞아줬으며, 함께 저녁식사도 했다.

◆피는 못 속여, 결국 가수의 길로

구미에 있는 서통전기(썬파워)에서 3년간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던 신웅. 학창시절부터 가수가 되고 싶은 열정에 몸살을 앓았으나 엄격한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떠밀리다시피 회사원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끓는 피를 식힐 수 없었던 그는 서른 살이 되기 전 과감하게 짐을 쌌다. 무작정 상경해 밤무대를 누비며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 특별한 연줄이 없었기에 변변한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러다 30대 후반에 터진 것이 바로 '메들리 음반'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트로트 언더그라운드에서 입지를 굳혀갔다. 이후 히트곡도 나왔다. '무효' '영수증을 써줄 거야' '들녘길에서' 등이다. 하지만 트로트 4대 천왕(현철·설운도·태진아·송대관)에 비하면 스타덤에 오른 것도 아니다. 그렇게 경상도 사나이의 뚝심과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30년 가까이 가수의 길을 걷다 보니 '신웅 주니어'인 신유가 생겼다. 데뷔부터 아버지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는 아들이다.

신유 역시 처음부터 가수의 길을 걸었던 게 아니다. 축구 유망주였다. 초등학교 시절 유소년 국가대표로 활약할 만큼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으나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뒤처지기 시작해 결국 축구선수의 길을 접었다. 그리고 배재중·고를 거쳐 백제예술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사회에서의 시작은 발라드 가수였다. 9년 전이다. SBS Net Music 가요제에서 창작곡으로 대상을 거머쥐고 한 기획사에 소속돼 화려한 데뷔를 꿈꿨다.

하지만 한바탕 꿈일 뿐이었다. 기획사의 부도로 신유는 5년 동안 방황했으며 결국 군에 입대했다. 군대는 모든 것을 잊게 해줬다. 어떻게 하다보니 사단장 운전병으로 뽑혀 제대하는 날까지 사단장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제대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노래 한곡을 작곡해 놓고 있었다. 바로 '잠자는 공주'. 신유는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라는 권유에 충격을 받았으나 이내 자신에게 맞는 운명 같은 장르로 받아들이고, 트로트 가수의 길을 3년째 걷고 있다. 물론 잘 하고 있다는 게 주변 성인가요 전문가들의 평가.

부자는 노래 못지않게 축구를 잘한다. 현재 회오리 연예인 축구단에서 아버지는 부단장 겸 라이트윙으로, 아들은 팀의 골잡이 공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신유는 가수 김흥국이 단장으로 있는 '싱어즈' 팀에서도 뛰고 있다.

◆아버지는 밀고 아들은 뜬다

신웅·신유 부자는 요즘 신바람이 났다. 아버지가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 당분간 본인의 음반 발매도 미루고 아들이 더 많은 무대에 올라 이름을 알리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아들과 함께라면 어떤 무대든 좋다. 지난달에는 가요무대에 함께 올라 가수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멋들어지게 불러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부자는 Inet 등 성인가요 전문 케이블 방송과 지상파 라디오에도 자주 등장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군에 있을 때부터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구상하고 있었다. 친구이기도 한 장경수 작사가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에 맞는 가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나온 곡이 신유 1집의 히트곡인 '잠자는 공주'. '시계바늘'과 '아이야'는 자신이 작사·작곡을 모두 했다. 이달 들어서는 메들리 4대 천왕 중 한명인 가수 김용임과 함께 프로젝트 앨범으로 '감(感)'이란 노래를 선보일 계획이다.

신유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듯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11일에도 강원도까지 방송을 하러 다녀왔으며 지상파 TV와 라디오, 성인방송 케이블 등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오른다. 지난달에는 서울시가 후원하고 종로구청이 주최한 뮤지컬 비애비(悲愛悲)에서 남자 주인공 단종 역을 맡아 멋진 노래실력과 연기를 보여줬다. 그룹 신화의 멤버였던 가수 신혜성의 솔로 2집에 수록된 '루(淚)'란 곡을 작사하기도 했다.

신유는 "작사·작곡은 물론 뮤지컬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게 즐겁다"며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노래하는 데 있어서도 정말 배울 게 많은 아버지가 있어 항상 든든하고 앞으로도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웅은 "아들이 대형가수가 되려면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며 "노래 실력이나 인격적인 측면에서 더 성숙해야 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흡입하는 능력도 더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유는 조언을 받아들이면서도 "아버지는 다 좋은데 이제 나이도 있으니 술 좀 그만드시라"고 반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들을 친구처럼 대하면서도 엄격한 가르침을 잊지 않는 아버지, 아버지에게 어떤 말도 거침없이 하지만 잠시도 존경심을 잃지 않는 아들. 부자가수로서의 유명세를 떠나 대한민국 부자 관계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부자의 본명은 신경식, 신동룡이다. 신유의 형은 골프 티칭프로로 활약하는 신동학(31)씨.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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