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주(41'포항 북구 환호동)씨. 여성 산악인 사이에 그 이름 석자는 전설과도 같다.
1992년 국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오른 3명의 여성 가운데 한명이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에 이어 1997년 북미 매킨리(6,195m)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2004년 유럽 엘브루즈(5,642m), 2006년 남미 대륙 최고봉 아콩카구아(6,959m) 정상에 오르며 5대륙 최고봉을 모두 등정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제는 '아지매'라는 소리를 듣지만 등반에 대한 그녀의 투지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 이제는 '남극 탐험'을 꿈꾸고 있다.
김씨는 1988년 효성여대(대구가톨릭대 전신) 내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등산과 인연을 맺었다. "경남 합천이 고향이라 어렸을 때부터 산 타는 것이 생활화돼 있었던 데다 중학교 때까지 육상부로 활동한 덕분에 기본 체력은 가지고 있었어요." 그만큼 산악회 활동에 빨리 적응했고 대학 2학년 때 회장을 맡았다. 여자대학 산악회였지만 훈련은 무척 엄격하고 체계적이었다. 주말마다 팔공산 등 인근 산행을 했고 분기별로 지리산과 설악산 등을 많게는 15박 16일씩 갔다. 선배를 통해 암벽 타기도 배웠다.
1992년 첫 외국 원정 기회가 찾아왔다. 전국적으로 선발된 원정대에 참가해 히말라야의 6,000m급인 임자체와 로부제 원정을 떠난 것이다. "고산등반을 할 때는 곧바로 산행을 하지 않아요. 중간에 캠프에서 쉬어야 하죠. 고지대에 가면 머리가 핑 돌고 메스껍기도 하고 입맛도 없는 등 한동안 고생을 해요. 그 때문에 몸이 고지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걷는 시간도 하루 최대 5시간이죠." 그녀는 로부제를 오를 당시 등산이 매끄럽지 못해 선배들에게 구박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듬해 마침내 에베레스트 원정에 도전했다. 대한산악연맹 지원으로 여성산악인 14명이 원정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보다 몸이 빨리 적응돼 신기하기도 했다. 적응을 위해 물을 엄청나게 마셨다. 그녀는 정신없이 올랐다. "새벽에 날이 밝아오는데 갑자기 셰르파(안내인)가 더 오르지 않고 서 있더라고요. 그제야 정상인 줄 알았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말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녀는 1999년 결혼 후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느라 5년 정도 산행을 쉬었다. 하지만 외국 원정을 가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가슴 깊은 곳에서 떠나지 않는다. "결혼하면 별도로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잖아요. 평상시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매일 인근 산에 오르면서 훈련을 했죠. 고산등반이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한번 경험하고 나면 삶의 의미를 새삼 느낄 수 있어요. 산행뿐 아니라 그곳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는 여행도 겸할 수 있으니 그만한 걸 찾을 수 있겠어요."
전창훈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