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편은 한 달에 2, 3번씩 가족들 데리고 호텔에 가는데 당신은 뭐야?"
직장인 김기재(44)씨는 괴롭다. 3천만원대의 박봉에 시달리며 가정 경제를 뒷받침하기도 벅찬데 아내가 자주 친구와 비교하며 "우리도 호텔에 가서 여유롭게 한번 지내자"고 보채기 때문.
김씨는 "우리 형편에 호텔이 가당키나 하냐"며 아내의 요구를 단박에 잘라버렸다. 하지만 최근 호텔 이용료가 그리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래 올여름에는 우리 가족 모두 패키지로 한번 이용하자."
호텔에서 여름 휴가철 1박2일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대구 5성급 호텔을 기준으로 조식을 포함해도 15만~25만원대. 물론 수영장, 사우나 등의 이용료도 포함된 가격이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봉급 생활자들도 생각만 달리하면 호텔이 멀리 있지 않다. 가족이 1박2일로 대구 근교를 여행한다고 해도 숙식, 교통비 등을 합치면 적어도 10만원 이상은 든다. 더운 여름 날씨에 길이 막혀 고생하고 피서지에서 사람에 시달릴 걸 생각하면 호텔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호텔에는 겉치레를 중시하는 럭셔리족만 드나드는 게 아니다. 잘만 이용하면 편리함과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알뜰파가 될 수 있다. 호텔 이용의 세계로 가보자.
◆호텔 이용 '첫 테이프를 끊어라'
호텔은 처음 이용하는 데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다음부터는 여러 가지 시설과 혜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딜 놀러가도 호텔만 찾게 된다고 한다.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 윤미애(48) 룸 메이드 직원은 호텔 직원이기도 하지만 호텔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딜가도 호텔이나 콘도를 이용한다. 두 달에 한번 꼴로 가족 단위 여행을 즐기는데, 호텔은 미리 가격대와 이용시설 등을 파악한 뒤 예약을 해 둔다. 이달에도 가족과 함께 전주의 한 호텔에서 2박3일 동안 휴식을 즐기고 올 예정이다.
윤씨는 "1박에 15만원 정도인데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카드 혜택이 있는지도 미리미리 파악해서 가면 할인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이혜(37·여·회사원)씨도 3년 전 호텔 이용에 맛을 들인 후 주말이면 호텔에서 가족끼리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각종 혜택을 최대한 이용하기 때문에 부모님까지 모시고 가도 10만원대에서 한끼 식사를 격조 있게 해결한다. 권씨는 "주말이면 두 딸이 먼저 호텔 가서 저녁 먹자고 할 정도"라고 했다.
◆유명 인사들도 호텔 단골
호텔을 잘 이용하는 유명 인사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대구 출신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서울 롯데호텔 멤버십 회원이다. 이 전 의장은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멤버십 클럽에 가서 독서를 하거나 강연자료를 준비한다. 한번씩 언론 인터뷰 요청이 와도 이곳에서 인터뷰어에게 커피 한잔 대접하며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낸다. 그는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많이 이용해 호텔 측에서 싼 가격에 멤버십 클럽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줘 비용 부담이 적다"며 "호텔에 오면 직원들이 하나같이 친철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칠곡군 출신의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대통령을 돕기 위해 선진국민연대를 조직할 당시 집보다는 호텔에 더 자주 머물렀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인수위 시절에도 마찬가지. 박 차장은 "장기 투숙을 하면 할인 혜택이 커지는 데다 워낙 바쁘고 만나야 하는 손님도 많아 시내에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상주 출신으로 '저 하늘에도 슬픔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제작한 도동환 (사)민족문화영상협회 회장 역시 남산에 있는 신라호텔 단골 이용객이다. 도 회장은 평일에는 매일 호텔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커피숍에서 지인이나 손님들을 만난다. 매일 호텔을 이용하지만 피트니스 클럽 이용료와 커피값이 호텔에 지불하는 돈의 전부다.
◆호텔 이용 할인 이렇게
호텔이라고 하면 잠만 자는 정도로 생각해 비싸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호텔의 반만 이용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특급호텔의 경우 다양한 부대시설을 자랑한다.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 클럽, 각종 스포츠시설, 사우나, 마사지, 식당 등. 이런 부대시설들은 대체로 호텔 투숙객이 이용하면 10~50%의 할인 혜택을 준다. 밖으로만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보는 관광'에서 시설과 서비스를 생명으로 여기는 호텔의 부대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즐기는 관광'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패키지의 경우 이들 시설 가운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많이 추가돼 있으므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부가적인 여러 혜택도 제공한다. 호텔 식당가의 판매가격은 일반 대형업소와 비교할 경우 10~30%의 가격 차이를 보이지만 다양한 프로모션(promotion) 정보나 호텔 홈페이지 회원가입이나 각종 홍보물을 이용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정 카드로 계산하면 일정 비율로 돌려주는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어 현장에서도 잘 따져봐야 한다.
호텔 직원을 통한 예약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한 방법. 직원 할인에 준하는 혜택을 이용객이 받을 수 있다.
여름철 이벤트 상품도 잘 살펴봐야 한다. 여름 휴가철에 할인 요금을 선보이는 호텔을 이용할 경우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조기 예약 할인' '24시간 이내 결제 할인' '호텔 이용 후기 예약 할인 이벤트' 등도 최대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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