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 불확실성이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숙지는 듯했던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불씨가 거듭 살아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증시는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다 중국의 긴축 정책 우려와 원자재값 상승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변동성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외 변수에 발목 잡힌 증시
18일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0.80포인트 오른 1,662.31로 장을 시작했지만 오전 10시20분 현재 9.61P 내린 1,641.90을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은 전날보다 6.3원 하락한 1,147.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가는 어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12포인트(2.60%) 내린 1,651.51로 주저앉았다. 달러값도 무려 23.3원이나 오른 1,153.8원에 마감했다.
금융시장 불안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금융시장 전체에 미치고 있다. 17일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36.69p(5.07%) 폭락한 2,559.93을 기록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226.75p(2.17%) 하락한 10,235.76, 토픽스지수는 16.02p(1.71%) 내린 920.43으로 장을 마쳤다. 대만가권지수도 2.23% 내렸고, 홍콩 항셍지수도 414.62p(2.06%) 내린 19,730.81로 마감했다.
유로화는 런던시장서 바닥을 본 뒤 뉴욕 시장서 반등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런던시장에서는 1유로당 1.2234달러까지 추락,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후 저점인 1.2328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이후 뉴욕시장에서는 지난 주말 뉴욕 종가 1.2358달러보다 0.3% 오른 1.2396달러에 거래됐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2277달러로 추락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이유는 그리스 지원책이 유럽의 구조적인 문제를 막을 수 없다는 강한 불안감 탓이 크다. 또 중국의 고성장 지속 가능 여부와 긴축 강도 및 시기에 대한 우려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아시아 국가의 실물경제도 위협받을 수 있다. 유럽경제가 무너지고 미국경제가 불안해지면 수출이 줄고 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악재 불씨는 여전
여러 대외 악재 중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는 걱정스러울 정도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한 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없다면 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3조9천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32조원, 올해 10조원을 순매수했지만 이달에는 4조원을 순매도했다.
현대증권은 남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의 한국 주식 투자액 47조원 가운데 9조원가량이 유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각 555억달러와 1천735억달러 규모인 일본과 미국의 자금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동부증권이 발표한 '남유럽 위기 이후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날로 치솟는 원자재값과 유가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다. 지난달 원자재 물가는 전월보다 3.9% 올랐으며, 원유와 유연탄은 각각 6.0%와 8.6% 급등했다. 남유럽위기는 한국 기업에도 악재다. 유럽에서의 소비가 줄어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유로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도 국내 수출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변동성 장세 오래 가진 않을 듯
한국 증시의 주가 수준이 여전히 낮은 편이고 경기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증시의 가격 조정이 더 이상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DI는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상향 조정했다. 내수 회복세가 확대되고 수출 호조세가 유지된다는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도 4.3%에서 5.1%로, LG경제연구원이 4.6%에서 5.0%로 성장률을 올려잡았다. 1~4월 수출은 1천40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4% 늘고 수입은 1천333억달러로 38.4% 증가해 무역흑자는 75억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4월 수출액은 월간 수출액 기준으로 2008년 7월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소득도 서서히 회복되는 중이다. 전국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372만9천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7.3% 증가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탄탄하고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9.1배로 추정되는 등 주가 수준이 낮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고 PER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국면 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이 낮다"며 "한국 증시의 할인율이 높아지고 있어, 변동성 확대국면은 당분간 지속되고 상승추세 복귀에도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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