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운동, 디지털로 通하다

6·2지방선거 기초의원 후보 A씨는 지난 주말 집에서 푹 쉬었다. 동네 이발관을 찾아 간단히 머리를 정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집에서 지냈다. 그러나 해야 할 선거운동은 다 했다. 트위터(Twitter)를 통해 유권자 300여명과 만나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건의 사항에 대한 댓글도 꼼꼼히 달았다.

1주일치 선거 일정에 관한 회의도 모두 해 치웠다. 이후 스마트 폰을 이용해 선거 일정을 조율했다.

A씨는 "일일이 유권자들과 만나 악수하고 명함을 돌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얼마든지 네티즌과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고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선거운동이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유권자 한명 한명과 만나 악수를 청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발품' 선거전 일색에서 트위터, 모바일폰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선거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초의원 후보 B씨는 하루 일과를 트위터에서 시작하고 트위터에서 끝낸다. 눈을 뜨자마자 트위터에 접속, 이웃 개념인 팔로잉(following)이나 팔로어(follower)가 올린 소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140자 내에서 이용자들끼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트위터는 2006년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을 당선케 한 일등공신. 현재 세계 주요국의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B씨는 "나라고 오바마 대통령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 트위터가 선거전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손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도 선거운동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기초 단체장 후보 C씨는 "20일부터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쓰고 있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권자와 일대일 대화가 가능한 게 여간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아바타를 이용해 표심잡기에 나선 후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6·2지방선거부터 허용된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40대 여성 기초의원 후보 D씨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에 아줌마 캐릭터 아바타를 띄웠다. 붉은색 머리에 윙크를 날리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귀여운 캐릭터다. 이 후보 캠프 측은 "특별히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아줌마 이미지에 꼭 맞는 발랄한 아바타를 부탁했다"며 "유권자들도 '재밌다'며 큰 호응을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선거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선거관리위원회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로운 선거운동 기법에 대해 불법성 여부를 묻는 유권해석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곧바로 후보자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바코드를 후보자 명함에 넣어도 되는 지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또 UCC, 문자 서비스, 메신저 선거 운동 등에 관한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선관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기술과 기기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적법한지 여부를 가리려면 직원들부터 신기술을 숙지해야 한다"며 "요즘 선관위 직원들은 반강제로 첨단기기를 가장 빨리 구입·숙지하는 이른바 얼리어댑터(EarlyAdopter·초기사용자)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트위터(Twitter)란?

140자 내의 단문을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올리거나 열람할 수 있는'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최대 장점은 '빠른 전파력'으로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부상으로 트위터 이용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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