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한국에서는 스승의 날이다. 매년 이날이면 대학 입구에서 리본이 달린 꽃다발이나 화분을 팔았다. 한국의 달력을 넘기던 중, 그 화려한 풍경이 떠올랐다. 일본에는 스승의 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조차 잊혀가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크게 다르다.
나는 한국에서 교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매우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데 놀랐다. 몇 년 전, 한국의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이 아름답게 포장한 선물과 카드를 가져왔다.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사이에 학생들은 스승의 은혜를 합창했다.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한국에서의 나의 첫 번째 스승의 날 에피소드이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이번에는 내가 교수에게 선물을 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같은 학과 동료들과 돈을 모아 화분을 가지고 갔다. 평소에는 엄격한 교수님도 이날은 왠지 부드러운 표정에 기분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스승의 날이 끝나고 보니, 교수님의 방마다 화분의 숫자와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선생님들에게 스승의 날은 학생들로부터 성적표를 받는 무서운 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한국만큼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에는 막무가내로 자기 아이를 위해 불합리한 요구와 주장을 하는 '괴물 같은 부모'들이 많아 교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이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교장과 교육위원회에 진정을 하겠다고 담임교사에게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또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수업 중에 교실을 돌아다니고 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등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고 한다. NHK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공립 초등학교 교사의 약 28%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발표되었다. 일반 기업의 2.8배이다. 지난해 자민당 사사가와 총무 회장이 "지금 우울증으로 학교를 쉬고 있는 선생님이 많으나, 그렇게 마음이 여린 사람은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다. 교육자로서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지쳐 있는 교사들에게 세상은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교사가 완벽한 인격자이기를 바라는 풍조가 그들을 더욱 궁지로 내몬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교사의 지위가 높다. 호칭도 일본어로 하면 욘사마에 필적하는 최고의 존칭을 사용한다. 대학 교수쯤 되면 사회적 대우와 신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때로는 교육자들이 높은 지위에 자만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을 느꼈다. 나도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을 때, 주위에서 '교수님'이라 부르면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도 했다. 시험 성적을 매길 때에는 애교를 부리는 학생도 있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입장이 되면 자신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한 한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했으나, 반대로 학생들과 너무 친해져 가르치는 것이 어렵게 되어 버린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이 "이 선생님은 만만하니까 괜찮아"라고 판정해버린 것 같았다. 오랫동안 꿈꿔온 교사상(像)과는 달라져 버린 자신의 입장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교사 시험에 도전한다. 그들은 교사가 된 후에도 교단에 설 때마다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고 나는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교사들은 일상의 번민과 갈등을 반복하면서도 중압감과 두려움을 견디고 교단에 서고 있다. 그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삶을 통해서 인생의 소중한 무언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어느새 한국에서 스승의 날은 형식적인 것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게다가 나쁜 관습으로 간주되어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스승의 날은 스승을 존경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사가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는 일본의 교훈에 비춰 한국에서는 소중한 마음이 깃든 스승의 날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가면 좋겠다.
요코야마 유카·일본 도호쿠대학 박사과정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