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 소아(小雅)의 요아(蓼莪) 편에는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는 마음이 눈물겹게 담겨 있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父兮生我 母兮鞠我)라든지, '그 덕을 갚으려 해도, 하늘은 넓고 끝이 없구나'(欲報之德 昊天罔極) 같은 구절은 오늘날에도 자주 쓰이는 구절이다. 어려운 한자어지만 믿고 의지한다는 뜻인 호시(怙恃)는 이 시의 '아버님 안 계시면 누구를 믿고, 어머님 안 계시면 누구를 의지하랴'(無父何怙, 無母何恃)에서 나와 부모를 의미한다.
중국 진(晉) 때의 문인 왕부의 제자들은 시경에서 이 요아를 뽑아 없앴다. 아버지상을 당한 왕부가 이 요아를 읊으며 너무 슬퍼하자 스승을 걱정해 아예 책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왕부의 할아버지인 왕수도 효자로 유명하다. 일곱 살 때 어머니가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일(社日)에 돌아가시자 매년 그때만 되면 애통하게 울었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아예 이 제사를 취소했다고 한다.
예기(禮記)에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다 피눈물을 쏟은 자고(自皐)의 이야기가 전하고 있으며, 고어(皐魚)는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두 편의 시조가 있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로 시작되는 송강 정철의 시조는 효를 강조하는 훈계에 가깝다. 반면 노계 박인로의 '조홍시가'의 첫수는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애틋하다.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라는 종장은 피눈물을 쏟은 자고의 고사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면회 온 누나로부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뒤 탈옥한 살인범 재소자가 붙잡혔다. 중국 교포인 최 모 씨는 어제 아침 아버지를 뵙고, 꼭 돌아오겠으니 추적하지 말아 달라는 편지를 남기고 탈옥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5일 전에 사망한 뒤였다. 뒤쫓아 온 교도관에 의해 검거된 최 씨는 당국의 배려로 아버지가 안치된 납골당을 찾아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이었던 8일에는 많은 이들이 부모님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달이 다 가기 전에 부모님을 뵈러 가는 시간을 한 번 더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어버이는 평생 자식을 기다리지만 정작 자식이 찾을 때는 기다리지 못하는 법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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