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 출간

장옥관 시인 '생명의 신비' 노래한 동시집 펴냈네

장옥관 시인이 등단 27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집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를 출간했다. 시집에 묶인 52편의 동시는 '대상에 대한 상투적인 인식을 넘어 새로운 본질을 찾아내겠다'는 장옥관 시인 특유의 시 세계에 동시의 옷을 입힌 것이다. 그래서 동시이면서 꼭 동시의 눈높이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아침에 창문을 열었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을 발견했다면 어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다섯 살 난 아이는 "엄마, 엄마 여기 와 봐, 구름이 터졌어"라고 외친다. 산소에 벌초를 갔는데 멧돼지인지 토끼인지 모를 녀석이 무덤에 구멍을 뻥 뚫어놓았다. 어른들은 연방 혀를 차는데 아이는 앞니 빠진 제 얼굴을 생각하며 키들키들 웃는다. 아버지를 따라 다소곳이 절하던 아이는 살며시 고개를 들어 '앞니 빠진'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아버지 몰래 또 웃는다.

'냄비가 달린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락/ 가스 불 위에서/ 엄마가 달려간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청소기 던져 놓고.' -냄비가 달린다- 전문

 '내 배꼽을 만져 보았다'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시집에서도 장옥관 시인은 생명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과 꼭지는 사과 꽃이 달렸던 자리, 내 배꼽은 엄마 가지에 매달렸던 내 꼭지. 그러니 사과꼭지는 사과의 배꼽이고, 내 배꼽은 나의 꼭지다. 시인은 사과를 먹다가 내 배꼽을 만진다. 시인은 우리가 흔히 먹는 사과 하나에도 생명의 신비가 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장옥관 시인은 "어린이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른의 시를 써왔지만 동시를 쓰는 동안 어린이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보고, 어린이의 귀를 빌려 세상의 소리를 들었습니다"고 말한다.

어른인 장옥관 시인이 동시를 쓰는데 힘이 되어준 것들이 많았다. 아파트 화단에 핀 꽃, 밥상 위의 숟가락, 학교 운동장에 나뒹구는 바람 빠진 축구공들이 자주 시인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옥관 시인은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김달진 문학상, 일연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시'에 선정된 바 있다. 107쪽, 8천500원.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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