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일 서울~동대구 KTX 1단계 개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 보유국이 되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나라는 일본(1964년), 프랑스(81년), 독일(91년), 스페인(92년) 4개국뿐이었다. 예전 일본 여행길에 30초의 연착에도 호들갑을 떠는 일본인들에게서 신칸센의 정확성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가는 이체(ICE)에서는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 서류를 펴 놓고 업무에 열중하는 비즈니스맨들을 보면서 정숙함과 그것을 실현한 독일인의 기술력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0년 남짓 세월이 흐른 후 우리도 고속철도 보유국이 되었다. 나아가 그간의 축적된 기술을 밑천삼아 브라질, 베트남 등 고속철도를 계획하고 있는 나라에 한국형 고속철도를 수출까지 할 수준이 되었단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이 아니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다.
KTX의 개통은 시민들의 삶 구석구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과 대구 중에 누가 더 KTX의 덕을 봤는지에 대한 셈은 전문가들의 계산에 맡기더라도 우리같이 한 달에 두세 번씩 서울로 업무를 보러 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조금만 바쁘게 움직이면 당일에 식사를 끼워서 서너 곳 정도의 볼일도 거뜬히 본다. KTX는 서울 사람들의 출장 문화도 바꾸었다. 1박 2일의 출장은 사라지고 당일 출장이 보편화되었다. 출장을 핑계 삼아 약간의 여유(?)를 꿈꾸던 샐러리맨들에게는 출장의 재미 대신 빡빡한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고 숙박비를 아껴서 집에 갈 때 애들 과자봉지라도 들고 가던 소소한 즐거움은 옛 추억이 되어 버렸다.
동대구역의 풍경도 KTX 개통 이후 많이 바뀌었다. 깨끗이 단장한 역사뿐만 아니라 잘 정돈된 주변 환경과 넓은 주차장, 구석구석 배치된 편의시설과 세련된 운영시스템 등 동대구역을 찾을 때마다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특히 매주 수요일 동대구역장이 직접 이용객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용객들의 불편사항을 청취하고 KTX의 운영과 관련한 시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동대구역을 찾을 때 느꼈던 뭔가 불편하고 불결했던 기억들이 사라지고 KTX의 명성에 걸맞은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이미지가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11월이면 대구~경주~울산~부산 KTX 2단계가 개통된다. 대구~서울은 1시간 25분, 대구~부산은 40분, 경주~부산 20분, 대구~울산이 20분이란다. 영남권 주요 도시를 1시간 이내로 묶고, 국토의 양축인 수도권과 부산권을 2시간대로 연결한다. 그 사이에 대구가 끼어 있다. 양축에 끼여 껍데기로 전락할지, 양축을 거느리고 번성할지…. 2단계 개통 후 동대구역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최동욱<(주)대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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