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쁘다 바빠"…'선거 운동원 0번' 가족이 뛴다

가족이 출마하면 직계 가족은 물론 친인척마저 고생한다는 선거. 당선되면 '가문의 영광'이지만 낙선할 경우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에 임하는 가족들의 심정도 후보 못지않게 절박하다.

6·2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아내와 남편들의 '내·외조'경쟁이 뜨겁다. 선거 참모역 하랴, 집안일 챙기랴, 직장 업무 하랴…. '선거 운동원 0번'을 자처하는 배우자들의 하루는 후보보다 더 바쁘다.

친박연합 달서구 구의원 김병찬(48) 후보의 아내 조현숙(51)씨는 '디지털 내조'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컴퓨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답게 김 후보의 선거 명함을 직접 디자인했고 심부름꾼, 머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로고를 만들었다. 특히 김 후보의 선거 일정을 관리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짜 선거 유세를 돕고 있다. 조씨는 "친박연합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을 명함에 넣었다"며 "선거 일정도 별도 제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무소속 홍진종 후보의 아내 이경희(55)씨는 때아닌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낮에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지만 밤에는 건설 학도로 변신한다. "남편이 건설 공무원으로 30여년 간 일 해온 터라 건설 분야 공약이 많아요. 유권자를 설득하려면 저부터 건설쪽 법률과 상식을 알아야겠더라고요."

안준근 교육의원 후보의 아내 김현애(52)씨는 '철인 내조'로 남편을 돕고 있다. 건강을 챙기는 '튼튼 내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현장 내조'까지 1인 3역을 하고 있다. 처음으로 교육의원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지는데다 아직도 유권자들이 교육의원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일과는 오전 4시부터 시작된다. 오전 5시에 일어나는 남편을 위해 각종 몸에 좋은 과일을 준비하고 직접 코디까지 해 준다. 또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남편이 놓치기 쉬운 '바닥표'까지 쓸어 담고 있다.

아내를 후보자로 둔 남편들도 '외조의 왕'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남구 김경희 기초의원 후보 남편 최성구(50)씨는 '올인 외조'를 펼치고 있다. 동갑내기 아내의 선거 홍보를 위해 운영해오던 사업체를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오전 5시 가장 먼저 선거 사무실에 도착해 아내의 선거 일정을 체크한 뒤 오전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앞산을 찾아 등산객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부희 시의원 후보의 남편 이익구(53)씨는 아내와의 역할을 바꿔 가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내를 위해 선거사무소의 문을 가장 먼저 열어준다.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밤늦게 파김치가 돼 돌아오는 박 후보에게 발 마사지를 해 줄 정도로 자상한 남편으로 변한다.

김화자 시의원 후보의 형부 이재걸(70)씨는 김 후보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오래전 남편과 사별한 김 후보를 위해 선거 사무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정책 브레인' 역할까지 해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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