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RPM 2000∼2500 유지하라"…저탄소녹색운전 소형차 우승 정광식씨

15년된 차로 평균 14.5㎞/L 기록

정광식씨가 지난해 11월 연비왕대회에서 탔던 프라이드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광식씨가 지난해 11월 연비왕대회에서 탔던 프라이드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유가, 친환경 운전 등으로 자동차 연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를 선택할 때 연비를 우선순위로 두는 소비자들이 늘고 연비를 높이는 방법이 인터넷에서 인기 정보가 되고 있다. 각종 연비왕 대회도 열리고 있다. 연비왕 대회에서 입상한 고수들은 대개 일반인들보다 2배 정도 더 효율적으로 차를 운행한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연비왕이 되었을까. 비법을 들어봤다.

정광식(39'영남카클리닉 운영)씨는 한때 스피드광이었다. 자동차를 튜닝해 화려하게 치장하고 속력이 미터기 끝까지 갈 정도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경주하듯 치고 나가는 재미에 빠졌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저탄소녹색운전연비왕선발대회 소형차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영남권 자동차시민연합 회원 60, 70개 팀이 참가해 경주I.C에서 불국사와 감포 등을 돌아오는 50㎞를 주행한 대회였다. 여기서 정씨는 부인차인 94년형 프라이드를 몰고 평균 연비 14.5㎞를 기록했다. 15년 된 고령차인데다 일반적으로 시내 주행에서 10㎞를 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연비다.

그가 연비왕이 된 데는 운전습관의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3년 전부터 운전하면서 '이게 아니다'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유류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정씨의 카센터를 찾는 손님들도 자신의 차가 기름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입을 모을 때였다. 그는 운전습관을 바꾸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생각에 독한 각오로 '와일드'하게 모는 습관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잡은 과제는 평균 속도 줄이기. 아무리 넓고 잘 뚫린 도로라도 120㎞를 안 넘겼다. 차로를 일단 잡으면 웬만해서는 차로 변경이나 추월을 안 하려고 애를 썼다. 운전을 할 때는 바로 앞차가 아닌 앞의 앞의 차 상황을 보면서 차량 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가 자연히 줄어들었다. "기름을 많이 먹고 안 먹고는 RPM에 크게 좌우되거든요. 보통 RPM이 2,000~2,500 사이일 때가 무난하더라고요."

공회전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신호 길이가 1, 2분이면 시동을 놔둔 상태에서 기어를 N으로 놓지만 신호가 4분 이상 걸리면 시동을 꺼놓았다. 겨울철에도 출발하기 전 공회전 시간을 1분 이내로 줄였다. 엔진 예열을 한답시고 가속페달을 지나치게 밟으면 엔진에 무리를 줘서 기름을 많이 낭비하기 때문이다.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때는 회전을 하기 전에 속도를 충분히 줄이고 회전할 때 다시 속도를 천천히 높였다.

내리막길에서는 가속페달을 살짝 밟고 차가 탄력으로 가도록 했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일 때는 기어를 1, 2단에 두어 불필요하게 가속돼 브레이크를 밟지 않도록 했다. "미리 운전 루트를 짜는 일도 방법이죠. 저는 그날 운전할 일이 있으면 교통량을 미리 파악해 덜 막히는 경로를 머릿속에 그리고 길을 잡아요. 이를 위해 교통방송을 자주 들었고 인터넷으로 차량 흐름을 수시로 공부했죠."

6개월 정도 지나자 어느 정도 운전습관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는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년 이상 꾸준히 훈련하니까 운전습관이 확실히 잡히더라고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인 것 같아요. 대구는 신호가 길어봐야 3분 이내잖아요. 속도를 크게 내도 달리는 시간에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연비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자신의 애마인 프린스는 시내 주행에서 보통 연비가 8㎞를 넘기 어려운데 운전습관을 바꾼 후에는 10㎞를 넘었다. 또 고향인 합천에 주말마다 가는데 과거에는 한번 갔다 오면 기름값만 4만원이 나왔지만 지금은 2만5천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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