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천안함 懲毖錄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일본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조선의 바다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이 왜구의 전선 133척을 맞아 승리를 거둔 명량해전(鳴梁海戰'1597년) 때 겨우 남아있던 12척의 배로 전투를 치르면서 선조 임금에게 한 말이다. 거북선을 만들어 낸 이순신 장군의 해전 승리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훗날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빛나는 승리는 화폐에서 부활했다. 이 거북선은 과거 500원짜리 지폐에 등장했고, 지폐의 거북선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조선 강국이 되는 데 일조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71년 울산 앞바다에 조선소를 건립하기 위해 외자를 유치하러 영국을 방문했을 때 한산도대첩과 함께 세계 4대 해전의 하나로 손꼽히는 트라팔가 해전(1805년)의 영웅 허레이시오 넬슨 영국 제독을 거론하며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활용, 외자 유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국제사회에서 쉽게 한국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할 때 정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넬슨 제독보다 200년 앞서 거북선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함포를 사용하는 등 우리 선조의 조선 능력은 탁월했다"며 영국 은행과 정부를 설득, 외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옛 선조들의 조선 능력과 해전에서의 빛나는 승리는 먼 훗날 후손들을 위한 훌륭한 자산이 됐으며 오늘 우리는 당당하게 조선 강국 대열에 끼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천안함 침몰로 치욕스런 기록을 남기게 됐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최첨단 장비를 갖춘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한 방에 침몰되고, 46명의 젊은 장병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내외의 대북 제재를 비롯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북한 응징을 위한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군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조선이 당쟁과 내분으로 일본의 침략을 자초하고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피해를 본 뒤 이를 경계하고 또다시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 서애 류성룡이 1604년 징비록(懲毖錄'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뒤에 근심이 있을까 조심한다는 의미)을 남겼듯이 천안함 침몰에 대한 기록도 반드시 남겨져야 할 것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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