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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고등어를 추모함 / 강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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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칼로 내리친다.

파르르, 결의 떨림이 칼자루를 지나

온몸으로 퍼진다. 아침 햇살이

팽팽해지는 공기를 뚫고

푸른 등 위에 내리꽂힌다.

순간, 내 속에 살의가 번뜩인다.

저만치 떨어져나간 고등어 대가리

무얼 저리도 골똘히 생각하나.

비린내를 없애려고

청주 한 숟가락 뿌리다가

얼른 목구멍으로 한잔 털어넣는다.

밤새 내게서 나던 냄새도 만만찮았지.

끓는 냄비 속으로 몸을 던진다.

뜨거울수록 고등어는 단단해진다.

찌개 냄비를 가운데 놓고

밥상 앞에 둘러앉아, 후후 불며

자꾸만 절하는 저 붉은 입들.

며칠 전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요컨대, 시란 '대상과의 몸 섞기' 즉, '대상에 깊이 스며들어 동화되고, 하나 되기'라는 것이었습니다. "끓는 냄비 속으로 몸을 던진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바로 영화 '시'가 떠올랐습니다. 고등어를 다듬다가도 "푸른 등 위에 내리꽂히"는 아침햇살이며, "칼로 내리치"는 순간의 살의를 민감하게 인식하는 것이 '시쓰기'입니다. 고등어 비린내를 통해서도 생의 단내, 실존의 악취를 성찰하는 게 '시'일 테지요. 그러니, "찌개 냄비를 가운데 놓고/ 밥상 앞에 둘러앉아, 후후 불며/ 자꾸만 절하는 저 붉은 입들"은, 우리보다 조금 먼저 생을 마감한 고등어에 바치는 겸허한 추모이자, '붉은 입'이 상징하듯 '뱀파이어'식 흡혈 욕망, 즉 '먹어야 산다'라는 욕망의 이중주, 혹은 '몸 섞기' 같은 것일 터입니다. 뜨거울수록 단단해지는 것이 어디 고등어뿐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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