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토캠핑] 오토캠핑 마니아 김준철씨

모닥불, 쏟아지는 별…아내가 반해버렸죠

김준철(38'대구시 북구 읍내동)씨는 오토캠핑 마니아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장비를 챙겨 가족들과 함께 오토캠핑을 떠난다. 1년 52번의 주말 가운데 50번가량을 오토캠핑장에서 보낸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오토캠핑을 즐긴 적이 있다고 한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난 것은 월요일인 지난달 31일. 그는 장인'장모까지 초대해 금요일 가산산성 야영장으로 오토캠핑을 떠난 뒤 일을 해야 하는 자신과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8)만 월요일 아침 야영장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일을 마치면 아들을 데리고 다시 야영장으로 올라갈 계획이라는 것.

그는 '캠핑카페'

(cafe.daum.net/campingcafe)라는 인터넷 카페까지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회원 수는 1만3천여명. 대구경북에서는 최고를 자랑한다.

김씨가 오토캠핑을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올해 결혼 10주년이 됩니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 결혼 초 매주 여행을 다녔습니다. 숙소를 잡는 것도 문제였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학시절 텐트 짊어지고 산으로 떠나는 캠핑을 회상하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토캠핑을 시작했습니다."

거창 금원산에서 첫 경험을 한 뒤 그는 오토캠핑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오토캠핑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던 아내(37)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쏟아지는 별을 맞으며 보낸 낭만적인 밤이 오토캠핑에 대한 아내의 생각을 확 바꾼 것이다. 첫 오토캠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대를 구입한 것이었다. 인터넷 카페 닉네임이 화로대가 된 이유다. 그때부터 장비를 장만하면서 오토캠핑에 재미를 붙였다.

김씨는 지금까지 전국에 있는 300여곳의 오토캠핑장을 가 봤다. 그 중에서 고성 상족암 오토캠핑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다른 캠핑장에 비해 시설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오토캠핑장에서 만난 사람과 인상 깊은 교감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캠핑장의 좋고 나쁨은 시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좋은 추억을 가지고 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06년 9월 태풍 예보에도 불구하고 오토캠핑을 떠났습니다. 캠핑장에 도착해 보니 썰렁했습니다. 딱 한 가족이 먼저 와 텐트를 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분은 저보다 고수였습니다. 야외에서 아이들을 위해 피자, 핫도그를 만들어 줄 정도였습니다. 함께 주말을 보내면서 다양한 요리뿐 아니라 아이를 자연과 함께 키우는 법도 배웠습니다."

김씨에게 오토캠핑은 인생의 전환점과 같다. 오토캠핑을 통해 흙을 밟지 못하고 사는 아이에게 흙을 되돌려주는 육아 방식의 고마움을 깨달았다고 한다.

"오토캠핑에 아들을 데리고 다닌 이후 아토피와 천식이 없어졌습니다. 아이의 사회성도 높아졌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오토캠핑 마니아들을 두루 사귄 덕분에 우리 아이도 전국에 또래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전국의 사투리를 모두 사용할 줄 압니다. 전라도 친구를 만나면 전라도 사투리, 충청도 친구를 만나면 충청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오토캠핑은 직업을 바꾸는 계기도 됐다. 장비를 많이 사서 직접 사용하다 보니 브랜드별 장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대학 전공(기계공학)을 살려 직접 장비를 만들어 사용했던 김씨는 2008년 오랫동안 해온 무역업을 접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캠핑 장비를 주문 제작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지금 생산하는 제품은 기본 장비를 비롯해 40여가지다. 앞으로 계속 품목을 늘려갈 계획.

"마니아들이 사용하는 고가 장비는 대부분 외국산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격에 거품이 많습니다. 먼저 오토캠핑을 시작한 선배로서 오토캠핑 대중화를 위해 싸고 질 좋은 장비를 많이 보급하고 싶습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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