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리어계의 잔다르크.'
송지영(34·대구 동구 검사동)씨를 두고 주변에서 일컫는 말이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DIY(Do it yourself·스스로 직접 생활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고 수리하는 개념) 업체에 팔아 저작권 수수료를 받는다. 이런 독특한 디자이너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디자인 관련 특허만 해도 8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대구 동구 검사동 한 아파트. 그의 집에 들어서면 금호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좋지만 실내 인테리어가 수준급이다. 마치 잡지책에 나오는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실제로 독특한 형태의 가구들이 많아 여성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컨트리풍을 유지하면서도 오리엔탈과 앤티크 느낌을 풍기는 인테리어는 집주인 송씨의 솜씨다. 벽부터 조명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가 손수 DIY 인테리어를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후 1년쯤 지나자 그냥 집에 있는 것이 싫어졌어요. 그래서 포크아트, 툴 페인팅, 도자기 등 이것저것 배우러 다녔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정해진 기술 외에 집안 인테리어 전반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미술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그로서는 답답한 일이었다.
자신이 대학에서 배웠던 미술 전반의 감각과 패브릭, 그리고 다양한 공예를 접목시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작정 지역 문화센터를 찾아가 강좌를 개설해달라고 한 것. "지금은 DIY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간신히 문화센터 강좌를 열었는데 의외로 히트를 쳤죠."
그의 인테리어 강좌는 연일 만원 사례를 기록했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기술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저렴한 재료비 때문이었다. 때마침 DIY 재료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그의 인테리어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공방 '미세스 올리브'를 운영하며 DIY 전문 사이트 '손잡이닷컴'(www.sonjabee.com)에 디자인을 판매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시내 유명 병원의 쇼 윈도 인테리어를 손수 했으며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각종 회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DIY 인테리어의 가장 큰 매력은 '손맛'과 '저렴한 가격'. 요즘엔 반질반질한 새 가구보다 오히려 사포질을 한 빈티지 느낌의 가구가 훨씬 인기가 높다. 사포질 한 번에 가격이 2, 3배 뛰는 것은 보통이다.
그의 집안을 둘러보면 기성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벽에는 핸디코트를 바르되 공간마다 다른 느낌으로 마무리했으며 벽지 위에 페인트칠을 해 자신만의 독특한 느낌으로 탈바꿈시켰다. 벽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 1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결혼 당시 구입했던 무거운 색의 장롱은 화사한 패브릭을 덧대어 리폼했고 식탁은 잘라 둥근 소파로 변신시켰다. 결혼사진 액자는 산뜻하게 리폼하고 화장실 벽에는 직접 그림을 그렸다. 부엌 한쪽에도 나무를 그려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완성시켰다. 쿠션은 한복집에서 얻어온 조각천으로 만들었다.
방문도 제각각이다. 현관문에는 나무무늬 장판을 붙여 중후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중문에는 파란색 페인트를 칠했다. 페인트 색깔도 끊임없이 응용하며 새로운 색을 만들어나간다. 곧 유명 페인트 업체에서 그의 이름을 딴 페인트도 출시될 예정이다.
소품함, 벽난로, 구급약상자, 화장대 등은 나무로 직접 만든 것들이다. 벽시계 하나도 그냥 두지 않고 새로운 분위기로 꾸몄다.
지난해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mrs.olive)에 집을 공개하면서 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모든 것을 공개하는 파워블로거와는 다르다. "제가 직접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다 공개하지는 않아요. 남 앞에 보여줄 것이 끊이지 않는 것이 제 자신감이에요. 히트 상품 하나로 우려먹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공유하고 싶은 것이 저의 바람이죠." 그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그가 리폼한 벽지 사진을 올리자 몇 년 전 출시됐던 그 벽지가 품절될 정도였다.
그가 디자인한 제품의 특징은 저렴하고 실속 있는 제품. 주부인 송씨가 '잘 팔리는 제품'이 아닌 '필요해서 만든 물건'이기 때문에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최근 만든 휴지걸이는 휴지 두 개를 넣을 수 있도록 제작해 인기를 얻고 있다. 주부만이 알 수 있는 '틈새' 디자인이다.
그는 최근 일본 공예박람회에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DIY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게 됐다. 그는 인테리어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주 주말이면 서울로 향한다. "인테리어의 매력은 무궁무진해요.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시작해 보세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송지영 주부의 인테리어 팁
▷요즘엔 조립과 색칠만 하면 되는 반완성 제품들이 많이 출시돼 있다. 이 제품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만들기도 쉬워 초보자들이 도전하기에 알맞다. 무료 동영상 강의 등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저렴한 재료를 사서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리폼하는 것이 핵심이다.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손잡이 등 일부는 고급 재료를 사용해 수준을 높여준다.
▷공구는 처음 구입할 때 제대로 된 것을 사는 것이 좋다.
▷나무, 페인트 등 낯선 재료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자.
▷똑같은 물건이라도 장소에 따라 달리 보인다. 페인팅만 새로 해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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