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화초들 중에
가장 볼품없는 도꾸리蘭
언제 꽃 한 번 피운 적도 없고
이파리란 것이 꼭
빗다 만 머리카락처럼 부스스한 그것에게
날마다 물뿌리개 기울여 뿌린 물은
물이 아니라 무관심이었음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마른 잎 뜯어주려 손 내밀자 순식간에
쓱싹,
손가락을 베어 버린다 뭉클
치솟는 핏방울 감싸쥐고 바라보니
시퍼런 칼을 철컥,
칼집에 넣고 있었다
-------------------
도꾸리란(蘭)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용설란(龍舌蘭)속 주병란(酒甁蘭)과의 멕시코 사막 원산인 건생(乾生)식물이라고 소개되어 있군요. 기부가 마치 배부른 호리병 모양으로 그 속에 수분을 저장하고 있어서 '도꾸리'란이란 독특한 이름을 얻었더군요. 용설란속 식물답게 그 잎들은 가장자리가 칼날처럼 날렵하기도 하고요.
도꾸리란은 시인에게 "베란다 화초들 중에/ 가장 볼품없"으며, "언제 꽃 한 번 피운 적도 없고/ 이파리란 것이 꼭/ 빗다 만 머리카락처럼 부스스"한 것이어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나봅니다. 그런 도꾸리란에 무심히 물을 주다 손을 베인 경험을, 습관적 "무관심"에 대한 도꾸리란의 날 선 복수로 읽어낸 것은, 단순하지만 범상하지만은 않은 시적 인식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처럼 '습관적 무관심'이라는 일상에 함몰되어가며 살고 있지 않던가요. "시퍼런 칼을 철컥,/ 칼집에 넣고 있"는 도꾸리란의 무사(武士) 같은 모습이 제법 서슬이 시퍼렇습니다.
시인





























댓글 많은 뉴스
경찰관에 '커피 한 잔 응원'…철도역 카페서 음료 20% 할인
경북 칠곡 이디오장학회…장학금 3년간 1천80만원 기탁
에코프로, '인터배터리 2026'에서 전고체 배터리 소재기술 이목 집중
국힘, 서울시장 후보 추가 모집…"오세훈 참여 기대"
李대통령 "3·15의거, 4·19혁명 유공자 더 찾아 보상"…직접 허리 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