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대 행복을 원하는가? 이 세가지는 꼭 피하시게"

인생 3대 불행, 지혜롭게 넘기

노년 빈곤은 인생의 3대 불행 중 하나다. 노년이 되어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아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진은 대구시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댄스수업을 하고 있는 노인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노년 빈곤은 인생의 3대 불행 중 하나다. 노년이 되어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아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진은 대구시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댄스수업을 하고 있는 노인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중년에 배우자를 잃는 것은 한순간에 가정을 파탄하게 한다. 요즘은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 부부끼리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중년에 배우자를 잃는 것은 한순간에 가정을 파탄하게 한다. 요즘은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 부부끼리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적어도 다음의 3가지만 피한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돈이 궁한 노년 빈곤과 40, 50대에 배우자를 잃는 중년 배우자상(喪), 젊었을 때의 성공을 의미하는 초년 출세가 바로 그것. 이 3가지는 인생에서 피할 수 있다면 반드시 피해야 할 불행들이다. 옛 어른들은 왜 이 3가지를 피하라고 했을까. 하나씩 뜯어보자.

◆노년 빈곤

2개월 전부터 경비 업무를 하고 있는 박철현(62)씨는 주위 친구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편이다. 장가를 간 아들들로부터 매달 꼬박꼬박 용돈을 받는데다 국민연금도 수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와 달리 상당수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소득빈곤율이 45.1%로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노인 100명 중 45명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서로 배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소득)의 절반이 안 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사실상의 절대빈곤층이라는 의미다. 노년 빈곤 문제는 저소득층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 가족의 부양비용과 고용 불안은 중산층의 노년도 위협하고 있다.

박씨는 "며느리나 손자가 오면 용돈도 한번씩 쥐어줘야 자주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자식들에게도 외면당하는 친구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한 친구는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어 아들 가족과 함께 사는데 저녁 식사를 하려면 시간에 딱 맞춰 집에 들어가야 하는 등 눈치가 여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는 "생계가 어려운 많은 노인들이 마땅한 기술이 없고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어 길거리에서 고물이나 종이를 모으는데 이것도 열심히 해야 하루에 겨우 2만원이 떨어진다"며 "부모에게 용돈을 줄 여유가 있는 자식들도 많지 않으니 앉아 놀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대구중구시니어클럽 박원희 관장은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노년에 어려움을 겪는데 특히 여성 노인들이 더 큰 문제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전업주부였던 부인은 자식 집에 얹혀 살기도 쉽지 않아 단칸방이나 쪽방에서 힘들게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노년 빈곤은 본인을 한없이 비참하고 서글프게 만든다. 인생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이유다. 자식들 모두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키느라 정신 없이 인생을 보내고 어느날 자신을 돌아보면 흰 머리카락과 주름살, 텅빈 예금통장뿐. 먹고 살기 바빠 특별한 취미도 없다보니 할 일 없이 무료 급식소를 전전하거나 공원 등지에 가서 시간 때우기 일쑤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은퇴와 함께 멀어지는 게 보통이다.

궁핍한 노년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연금 등 재테크를 통해 조금씩 노년을 대비해두는 것이 좋다.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경제적 자립도를 길러놓아야 하는 것. 건강을 유지하면서 등산이나 여행, 영화감상 등 건전한 취미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노년에 허심탄회하게 어울릴 수 있는 친구를 사귀어 놓는 것은 필수다.

◆중년 배우자상

김모(43·여)씨는 2년 전 남편을 급성간경색으로 갑작스레 잃었다. 2주만에 벌어진 일이라 그야말로 하늘이 갑자기 무너지는 듯했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남겨놓은 동네 슈퍼마켓을 다시 일으켜야 했다. 가정주부만 하다 하루아침에 슈퍼마켓을 운영한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거래처가 끊기고 상품 판매 등도 삐걱거렸다. 아이들 또한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몇 개월 사이에 통통했던 얼굴은 반쪽이 될 정도로 핼쑥해졌다. 김씨는 "너무 힘들어서 눈물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중년에 배우자를 잃으면 한순간에 집안이 풍비박산나기 쉽다. 40, 50대에 배우자를 잃으면 젊어서 배우자와 갈라서거나 60대 이후 사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자식들이 미처 성장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육과 결혼을 책임지느라 자신의 삶은 엉망이 돼 버린다. 통계청이 2008년 자살사망자(1만2천858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별자의 자살률이 10만명당 남성 142.8명, 여성 42.6명으로 배우자가 있는 경우의 자살률에 비해 3, 4배나 많았다.

이 때문에 최근 배우자의 건강을 챙기려는 경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부부가 나란히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건강검진센터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김현숙 소장은 "요즘은 본인이 건강검진을 받은 뒤 배우자 검진을 신청했다가 데리고 오는 경우가 적잖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때 선물의 일종으로 건강검진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용순(46·여)씨는 지난 18년 동안 꼬박꼬박 남편과 함께 건강 검진을 받고 있다. 그녀는 결혼 직후 남편 형제들이 잇따라 당뇨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불행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과 배우자 건강에 대해 민감하다. 남편의 경우 회사 차원의 무료 검진을 받고 또 개인적으로도 검진을 받는다. 보통 검진을 할 때 대장내시경 등 풀옵션을 선택해 비용도 수백만원에 이르지만 병을 조기에 예방해 약을 먹지 않거나 아프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생각한다. 이씨는 "얼마 전에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무척 번거로워 안 받으려고 했는데 남편이 끝까지 설득하는 바람에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꾸준히 부부끼리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배우자 건강을 체크해준다. 이씨는 "서로 몸 상태를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여러가지 충고나 당부를 할 수 있다. 본인이 미처 모르거나 지나치는 특정 부위의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했다.

◆초년 출세

젊었을 때의 성공도 인생에서 가급적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이야기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자살자 달려드는 목표가 초년 출세가 아닌가. 하지만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은 "초년 출세는 삶을 불행한 결말로 이끌기가 쉽다"고 말한다. 좀 더 깊이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위를 보면 20, 30대에 누구나 부러워할 '대박'을 냈다가 추락한 삶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자그마한 의류가게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는 정모(41)씨. 그는 한때 잘 나가는 대구의 섬유회사 사장이었다. 밑천없이 성공한 아버지와는 달리 아버지 후광을 등에 업고 손쉽게 회사를 물려받은 경영 2세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버지 만큼의 경영마인드나 열정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크게 힘든 것을 모르고 풍족하게 자랐고 대학교 때는 방탕한 생활로 일관했다. 그러다 섬유회사를 어렵지 않게 물려받아 젊은 사장 소리를 들으며 운영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중국 섬유와의 가격 경쟁에서 점점 뒤처졌고 결국 4년 전에 공장 문을 닫고 말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있다. 젊어서의 고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세상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출세를 하게 된 사람 중에는 자신의 노력이나 고생 없이 부모나 행운 덕분에 잘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거품이 사라지면 망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남들보다 쉽게 성공했기에 세상이 만만해 보이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교만해지기 쉬운 것이다.

너무 이른 성공은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빼앗는다. 실패를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후에 조그마한 실패를 맞더라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른 나이에 스타에 올랐다가 금세 인기가 떨어져 술이나 마약 등에 의지하면서 망가지는 연예인들도 흔하게 목격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양수(61)씨는 "주위에 보면 너무 이른 나이에 회사 경영자나 부자가 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비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차근차근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나이가 들어 성공한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도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