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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꼭, 가야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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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서 쏘아 올린 나로호가 또 실패했다. 수천억 원의 나랏돈과 우리 과학자들의 피와 땀이 헛수고가 된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깝고 분하기까지 하다.

사실 지난해 8월 첫 발사 때도 그랬다. 당시 나로호는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탑재했던 위성을 본궤도에 올리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발사체 본연의 임무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때는 첫 실패였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실패가 다음 성공의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이번에 분통이 터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의 처지가 하도 서글퍼서다. 추락의 원인이 과연 러시아 측이 제작한 1단 로켓의 폭발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문제는 우리가 확인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근처에 접근도 못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우주기술보호협정'에 의하여 '보호기술'로 설정된 1단 로켓과 그 주변은 러시아의 영토로 간주돼 나로 발사장에서도 허가 없이 접근하는 것은 금지된 채로 조립되고 발사된다고 한다. 기술 후진국의 비애가 뼛속 깊이 사무치는 부분이다.

7년 쯤 전에 미국 워싱턴 DC의 어느 의과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방문 교수로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미국이 가장 앞서 있던 의료정보학과 수술로봇학을 연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대학병원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내게 위암수술의 최신기법에 대하여 레지던트들에게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위암 수술이야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 있고, 일 년에 한두 건의 위암수술을 보기도 힘든 것이 미국 병원의 현실이니만큼 나는 우쭐해서 숨김없이(?) 상세히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연구소의 부소장(미국인 교수)이 내게 미 국방성 산하의 첨단의료기술개발팀의 회의에 같이 가겠느냐고 묻기에 흔쾌히 좋다고 하였다. 첨단의료기술의 많은 부분들이 군사기술에서 파생된 것인 만큼 사실은 몹시 궁금했고 기대됐다.

그런데 회의 전 날 부소장이 내게 와서 "닥터 정, 문제가 있어. 그 쪽에서 회의실 의자가 모자라서 네 자리가 없다고 연락이 왔는데, 정말 황당하네?"라고 했다. 다음날 착하고 순진한 부소장은 결국 혼자서 다녀와서는 내게 또 거짓 없이 전해준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야. 의자는 충분히 있더라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기술후진국 국민의 설움을 그가 어떻게 알까? 일전에 그들에게 알량한 강연 하나 의뢰받고 우쭐해서 아는 대로 모두 떠벌인 내가 얼마나 후회스러웠던지. 작년에 첫 실패 후 나로 우주센터에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한 연구원이 울면서 낭송한 시를 소개한다. "걸어가지 못하는 길을 / 나는 물이 되어 간다. / 흐르지 못하는 길을 / 나는 새벽안개로 간다. / 넘나들지 못하는 그 길을 / 나는 초록으로 간다. / 막혀도, 막혀도 / 그래도 나는 간다. / 혼이 되어 / 세월이 되어."

정호영<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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