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과학으로 진화하는 축구'] ⑧선수 심리와 승부

지나친 승리 집착·압박감은 되레 '독'

옛 속담에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경기에 지면 심판 때문에, 응원 부족으로, 혹은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운동경기에서 성공과 실패 요인을 설명하는 방식에 관한 귀인이론이 있는데, 관중과 응원효과도 중요한 요인으로 포함된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경기는 대부분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중들은 주로 홈팀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때문에 이를 홈경기의 최대 이점으로 간주한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비록 멀지만 많은 응원단이 찾아가 경기장에서 함께하고, 온 국민들이 거리응원 등으로 승리를 기원한다. 그러나 홈경기의 관중 응원과 열광적인 성원이 승리를 위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사례를 중심으로 한 분석에 의하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정규시즌에서는 홈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은 반면,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서 홈팀의 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의 월드시리즈 중 초반 2경기에서 홈팀의 승률은 60% 이상을 나타낸 반면, 최종 7차전까지 진행된 27번의 시리즈 중 최종경기에서 홈팀이 승리한 경우는 9번뿐이었다. 홈경기의 이점과 지나친 응원 열기는 경기가 더욱 중요해지고 승리에 대한 압박감이 높아질수록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의 중요성이 증가할수록 관중들에 의한 기대감, 흥분 정도 및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선수들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하며, 선수들의 자의식을 증가시켜,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든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개최국 남아공을 비롯해 아프리카 팀들이 예상과는 달리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지 못하고 줄줄이 조별리그에서 주저앉았다.

또 축구경기에서 유난히 경고를 받는 선수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승리에 대한 집착과 부담을 떨치지 못한 선수들이 스스로 감정억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집중력과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응원 열기와 국민 관심이 최대한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국민의 성원과 열기를 긍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훈련이 바탕을 이룬다. 스스로의 적절한 목표 수립과 하나하나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전력을 기울여 최선을 다하며 적당한 이완상태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최적의 심리상태를 이루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 심리상담사를 두기도 한다. 실제 경기 과정에서는 심리학에 바탕을 둔 스포츠과학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지도자의 능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16강 진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숙원을 푼 허정무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다시 한 번 국민의 기대에 부응, 8강에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모든 것은 허정무 감독의 심리적 지도능력과 선수들 스스로의 통제능력에 달려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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