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가 고통받는 곳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다. 지배계급은 그들을 '강도''도둑''비적'이라고 부르지만 민초는 의적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 홍길동, 영국에 로빈후드가 있었다면 호주에는 네드 켈리가 있었다.
겨울이면 추위를 피해 풀숲에서 자야 할 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아일랜드 이주민 아들로 태어나 12세 때부터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14세 때 중국인 돼지목장주를 폭행한 것을 시작으로 16세 때까지 3번 감옥에 갔다. 출옥 후 동생, 친구와 함께 켈리 갱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범죄의 길로 들어섰다. 3명의 경찰을 살해하고 은행도 여러 개를 털었다. 이 과정에서 가난한 농부들의 담보 채권을 불태웠고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가족이 당했던 부당한 사회적 처우, 호주를 통치하는 영국 경찰이 아일랜드 출신 가톨릭교도에 대한 탄압 등을 알리면서 빈자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쫓기던 중 추종자의 배신으로 1880년 오늘 체포돼 같은 해 11월 처형됐다. 이때 그의 나이 26세였다. 체포 당시 쇠로 만든 투구와 갑옷을 입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철가면'으로 불리기도 했다. 항상 친근하고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했으며 처형 전에 3만2천여 명이 구명(救命)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하니 의적임은 분명했던 듯하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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