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주 오정주, 어떻게 빚어지나

5가지 약재로 빚은 후 석달간 숙성시켜 증류

황정과 천문동, 송엽, 백출, 구기자 등 다섯 가지 한약재를 써서 만든 건강주가 오정주다. 다섯 가지 기를 모은 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황정과 천문동, 구기자가 모두 노란빛, 그래서 술 빛깔이 개나리색이다. 오정주를 빚는 박 씨의 이야기는 이렇다. 먼저 고두밥과 누룩, 물을 버무려 밑술을 만들어 아랫목에서 3일간 숙성시킨다. 그 다음 황정과 천문동, 송엽(솔잎) 백출, 구기자를 잘게 썰어 달여낸 물로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 중밑술을 만들고 미리 만들어 둔 밑술에 섞어 넣어 열흘간 또 발효시킨다. 여기에 또다시 같은 방법으로 덧술을 만들어 더한 후 열흘 동안 더 발효시킨 후 용수를 박아 맑은 술(청주)을 떠낸다. 이를 소주고리에 넣고 증류하면 주도 45도짜리의 원주가 나온다. 이를 약수로 낮춰 100일 이상 숙성시키면 부드러운 오정주가 탄생한다.

"고서엔 고두밥을 지을 쌀을 백 번 씻으라고 기술돼 있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오정주. 구기자 한 가지만 해도 오정주를 담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봄엔 잎을 쓴다. 정기가 잎에 모이는 때이기에 잎으로 술을 담근다. 열매는 가을에만 쓴다. 구기자의 정기가 가을엔 열매에 모이기 때문이다. 물론 겨울엔 뿌리 껍질(한약재 지골피)을 쓴다. 박 씨는 아무리 바빠도 목욕재계하고 난 후에야 오정주 빚기에 나선다. 술을 담글 때는 상가집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희석식 술의 원료인 주정은 연속증류법으로 알코올을 뽑아냅니다. 그러니 알코올 이외의 여러 가지 숙취 원인물질들도 함께 증류될 수밖에 없지요." 희석식 소주의 주정도 같은 곡주 아니냐고 묻자 펄쩍 뛴다. 증류기로 알코올을 뽑아 내는 데 보다 많은 마진을 위해 0.01%까지 다 뽑아내야 하는 게 기업의 생리여서 주정에는 이물질까지 짜여 들어갈 위험이 높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등점이 65℃인 알코올뿐만 아니라 밑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나 메칠카바메이트 등 불필요한 숙취 원인물질이 함께 증류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니 깰 때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오정주는 딱 한 번 오른 김을 이슬로 맺게 해 소주고리로 받아 모은다. 술을 많이 내리기 위한 연속증류 공정을 하지 않는다고. 그의 우리 술 사랑은 끝이 없다.

"저는 우리 전통주를 복원시켜 상품화한 술아비로서 자긍심을 아직도 느낍니다. 투자한 만큼 아직 대가는 없지만 사대부집에서 몰래 마시기 위해 벽장 속에나 숨어 있었던 오정주가 이제는 햇볕 든 밝은 마당까지 나왔지 않습니까. 지금은 온갖 벽에 가려 있지만 우리 다음 세대는 전통주의 진가를 알아채고 머지않아 우리 술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는 대중화 시대가 틀림없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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