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누더기 중앙로 재시공하라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조성 8개월여 만에 누더기로 전락했다고 한다. 대구역 네거리에서 반월당 네거리까지 불과 1㎞ 구간에 11군데나 지반이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부실 공사가 원인이고 재시공이 시급하다니 전국 최초로 조성된 대중교통전용지구라는 자랑이 무색해졌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지난해 12월 개통 이후 지금까지 50여 차례나 보수공사를 시행했고, 도로 곳곳에서 지반 침하가 확인되면서 구조적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반 침하가 확인된 곳은 모두 11군데, 390㎡ 규모로 중앙파출소 앞과 구 제일서적 앞 도로가 가장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앙파출소 앞 도로는 지난해 11월 지반 침하로 지나던 택시의 앞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보다 앞선 2005년 6월에도 비슷한 규모의 지반 침하가 생겨 보강 공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비를 100억 원이나 투입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누더기로 전락한 것은 부실'날림 공사 때문이라고 한다. 개통 4개월 만에 실시한 용역 조사 결과, 모두 10곳 400m의 도로 지반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구시 건설관리본부는 완공 시한에 쫓겨 지반 보강 공사를 생략하고 바로 포장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로 포장도 규정상 아스팔트 두께가 20~25㎝는 돼야 하나 15㎝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시 건설관리본부는 당초 설계에서 기존 도로에 덧씌우기하는 것으로 돼있어 그대로 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부실'날림 공사를 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국 최초라는 허명(虛名)을 좇아 부실 공사를 한 결과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대구는 2건의 세계적 지하철 사고와 지하철 신남네거리 붕괴 사고 등으로 '사고 도시'란 오명(汚名)을 얻은 상태다. 또다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대구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다.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 대형 국책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 대형 사고를 통해 얻은 교훈은 더디 가더라도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앙로는 중앙로역 참사가 발생한 도시철도 1호선이 지나는 곳이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지반 재조사와 전면 재시공을 검토해야 한다. 부실'날림 공사로 시민의 안전이 더이상 위협받아선 안 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