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우리술을 빚어 외국 유명 양주와 당당하게 겨뤄 보고 싶습니다."
봉화선주 도가주인 김세현 씨는 "양주는 색깔이 오크통 숙성과정에서 발현되지만 선주는 천연약재의 약성을 소주로 우려내는 과정에서 빛깔이 다듬어진다"며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만 봐도 양주보다 우리술이 한 수 위"라고 주장한다.
선주는 이렇게 빚는다. 먼저 오가피 달인 물을 준비한다. 오가피는 오래전부터 한방에서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강장제로 쓰였다. 가마솥에서 펄펄 끓여낸 오가피 달인 물을 잘 식혀둔 뒤 여기에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 밑술을 만든다. 막걸리를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술이 익게 되면 증류에 나선다. 안동소주를 만드는 방법과 같다. 소줏고리로 처음 고아낸 소주의 도수는 무려 80도. 골수록 차츰 도수가 낮아지는데 28도쯤에 증류를 중단한다. 이때쯤이면 술 도수가 안동소주처럼 45도가 된다. 이 독한 술에다 오가피와 계피, 솔잎, 오가피 열매 등을 넣고 30일간 약성을 뽑아낸 다음 꿀을 첨가하고 100여 일간 숙성시키면 40도 정도의 밤갈색을 띤 맑은 선주가 탄생한다.
"여름철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워 미생물의 활동이 둔화되기에 선주는 봄·가을철을 택해 빚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안동소주에 봉화 청량산 토종 오가피의 약효를 더한 퓨전형 안동소주라고 보면 틀림없다. 화근내와 누룩냄새도 말끔하게 없애 향약주로서의 기품도 갖췄다. 요즘 술집이 장마당처럼 시끌벅적 떠들썩한 것은 일본과 중국의 잘못된 음주문화가 스며든 탓이란다. 원래 우리 민족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는 높은 수준으로, 세계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고품격 술 문화를 어어 온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옛날에는 술을 마실 땐 항상 어른들을 모시고 마셨습니다. 술도 음식의 일종이기에 어른들을 외면하고 마실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정중하고 얌전하게 술을 배울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연간 1만 병쯤 나가는 봉화선주 출고가는 10년 전 그대로이다. 사각도자기병이 2만5천원, 호리병이 2만원이다. 054)672-1007.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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