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아이 옆자리가 바로 부모 자리

초등학교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쁘게 보낸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말 그대로 방학처럼 보낸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방학 기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2학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방학동안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이 많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평소처럼 바쁜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산다는 것은 희망과 희생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녀들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아낌없는 희생을 통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다. 아마 하나 아니면 둘인 자녀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옛날처럼 자녀들이 많았을 때에는 상당부분 자녀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해야 했던 부분들이 이제 부모들의 몫으로 넘어왔다. 자신들 인생의 황금기를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과 애정 속에 큰 아이들이 행복해할까?

분명히 행복해야 하는데 일부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적당한 관심이 아닌 과도한 관심과 애정은 아이들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들이 부모의 자랑이 되었다. 부모가 이런저런 것을 요구하는 대로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아이들이 착한 아들딸이 되는 것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무런 불만 없이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과연 성인이 되어서도 말 잘 듣는 자녀들이 될까? 부모들은 성인이 된 자녀들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이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상당수 아이들이 자신은 불행하다고 대답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놀 시간이 없어요" "컴퓨터 못하게 해요" "엄마 마음대로 해요"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갑갑해 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아이들 곁에 우리 부모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앞에서 이리저리 시키기보단 옆에서 보조를 맞추어 어깨를 나란히하는 일이 중요하다. 먼저 인생을 겪어본 선배로서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아이 옆이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을 함께 걸어 갈 동반자로 생각지 않는다. 삶을 길게 보면 양육의 시간은 금방이고 오히려 옆에서 나란히 살아갈 시간들이 더욱 많다. 하나의 인생으로서 부모로부터 존중받는 아이는 다른 사람도 존중할 줄 알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안다.

사람들은 초기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조기교육이니 선행학습이니 여러 가지 앞선 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유년기에 아이들은 정보의 양보다는 그릇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해보고 싶은 것들이 정보를 늘리는 것인지 그릇을 키우는 것인지 구별해 내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평생을 쓰고도 남을 넉넉한 그릇을 만드는 시작이 바로 유년시절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그릇이 가장 튼튼하고 오래간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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