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유보다 임대, 대형보다 소형…일본 따라가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The Banker' 8월호

국내 주택시장의 거래와 가격 상승세가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출구전략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부동산 심리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1, 2인 소형가구의 빠른 증가 등으로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10~20년 시차를 두고 일본 주택시장을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에서 나타나는 임대주택 활성화 및 소형주택 선호현상, 도심 집값 상승과 중고주택 수리시장 확대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반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손은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전국은행연합회의 'The Banker' 8월호에 기고한 보고서('일본의 사례를 통해 본 국내 주택시장의 중·장기 변화양상 점검')를 통해 앞으로 예상될 국내 주택시장의 변화를 알아봤다.

◆일본과 유사한 주택수요 변화

국내 인구구조 추이 및 경제상황은 일본과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다. 따라서 일본 주택시장의 수요 및 트렌드 변화는 국내에 시사하는 점들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주택시장은 인구구조 및 주택소유에 대한 변화, 사회·환경적 변화 등을 겪으며 주택가격의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수요계층의 다변화로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수요계층의 다변화는 임대주택 및 소형주택시장의 성장, 도심지역으로 수요 집중, 중고 주택의 재발견 등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국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택소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엔 주택 소유보다 임대를 선호하고 있다.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소유 주택의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5~45세 청장년층의 자가보유율 추이를 보면 주택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5~34세의 경우 1983년에는 자가보유율이 38%였으나 2003년에는 2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35~44세는 63%에서 56%로,45~54세는 78%에서 73%로 각각 하락했다.

일본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오피스 단지를 조성했다. 도쿄시내 오피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형 오피스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사업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도심권 주요 역세권 지역의 임대 맨션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역세권 이외의 맨션 임대수익 역시 평균 5~7%대의 수익을 냈다. 일본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다.

◆1, 2인 가구 급증으로 소형주택 선호

국내에서도 최근 소형주택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소형주택이 늘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05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줄고 있다. 빠른 고령화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가구 구성원 수가 1980년 3.22명에서 2010년 2.47명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올해 총 가구의 29.7%에 이른다. 가구원 수가 줄면서 100㎡ 이상인 중대형 주택의 분양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1986~1990년 분양된 주택 중 중대형 주택의 분양물량은 전체의 64%를 차지했으나 2001~2005년에는 58.2%로 낮아졌다. 반면 중소형 주택(70~99㎡)의 분양물량은 24.7%에서 32.7%로 증가했다.

◆수도권 인구 갈수록 증가

일본은 2006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 수도권 인구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은 직장인 수요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부터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최근 젊은층은 직장이 주거 지역과 가까운 것을 선호한다.

또 버블 붕괴 이전에 주택을 구입한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총 인구의 8.5%)들이 은퇴 후에도 풍부한 노후자금을 바탕으로 도심권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과 달리 도심 지역의 지가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수도권 내 인구 집중으로 역세권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새로 지은 주택의 분양가가 높아지자 기존 주택을 고쳐서 활용하는 중고주택 리폼(reform)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중고주택 리폼시장은 2004년 6조3천억엔 규모였으나 2005년 6조5천억엔으로 3.5% 증가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중고주택 리폼시장이 2010년 7조4천억엔,2020년 9조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은경 선임연구원은 "국내 주택시장은 일본과 시차를 두고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앞으로 지역별 차별화가 심해지고 소득계층에 따른 주택 선호도 차이로 고급형 소형주택,임대전용 주택 등 주택시장 다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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