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총이 지난 4월 23일 출범시킨 예술소비운동에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으론 예술소비운동을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예총 주도에서 대구시와 시민, 기업들의 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할 시점이라는 여론도 일고 있다. 예술소비운동의 현주소와 종착역을 찾아본다.
◆왜 예술소비인가?
대구는 문화예술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문화예술 도시는 예술가의 훌륭한 작품이 전시 공연되고, 좋은 작가와 명작이 많이 탄생돼야 한다. 하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이 없이는 훌륭한 예술가와 명작이 탄생할 수 없다. 예술의 소비(관람)는 곧 예술의 생산(작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1970, 1980년대 대구 문화예술 전성기를 거치면서 현재 '공급과 수요 반비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기세를 절약하느랴 조명을 끄고 있다가 어쩌다 관람객이 들면 켜는 사례가 적잖고 수개월 동안 수십 명의 배우와 스텝이 준비한 연극 작품을 관객이 없어 서둘러 막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최상대 예술소비운동본부(예소본) 전시 분야 본부장은 "언론에도 화제가 된적이 있는 '시'라는 영화는 국제영화제 수상작이었지만 대구의 모 상영관에선 단 2명의 관람객이 보았을 정도"라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좋은 작품이 나와야 시민들이 찾을 수 있지만 공연, 전시, 영화, 문학 등 도산 위기에 빠진 대구 예술 생존을 위해선 시민들의 예술참여운동을 통한 훌륭한 예술가와 작품 탄생이 더 절실하다"고 했다.
◆예술소비의 현주소
문무학 대구예총 회장이 지난해 말 예총회장 선거에서 내건 공약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지난 4월 23일 예총 산하에 예소본이 발족됐고 공연 분야 본부장엔 손경찬 전 경북도의원, 전시 분야 본부장엔 최상대 대구건축가협회장이 맡아 예술소비운동을 이끌고 있다.
문 회장은 "'오늘 하는 예술소비는 내일 위한 행복투자'라고 시민들에게 읍소할 만큼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 등은 '머리맡 책 갖기', '월 1회 공연(영화)보기', '월 1회 전시장 찾기'로 예술소비의 닻을 올렸다. 예술소비 불씨를 당기기 위해선 예소본 카페를 통한 정보 교환, 예소본카드 발급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했다. 예술인들끼리 타 장르의 공연과 전시를 보지 않는 왜곡된 관념을 깨기 위해 얼굴을 붉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 회장과 본부장들은 사비를 털어 공연장과 전시장에 관객을 채우기도 했다.
손 본부장은 "4개월이 지난 현재 회원이 500명을 넘었다. 가입을 권유했다면 회원이 수천 명이 될수도 있었다"며 "이젠 화가의 전시장에 음악인과 무용인이 찾고 공연장에 시인과 화가가 찾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술소비, 그 종착역은?
공연과 전시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꿈과 희망을 되찾은 예술가들이 수준높은 작품을 내놓는 '문화예술 도시 대구'가 바로 종착역이다.
예총이 예술소비에 불씨를 당겼지만 화려한 불꽃을 피우기 위해선 예총만의 힘으로론 한계가 있다. 대구시의 관심과 지원, 기업 메세나, 시민 붐 조성 등이 불꽃의 소재들이다.
손 본부장은 "국제 수준의 문화예술시설을 짓고 세우는 대구시 정책과 같은 선상에서 속(예술소비)을 채워야 한다"며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대구시 문화예술 정책"이라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기업들에게 메세나를 통해 돈을 내라고 하면 낼 기업이 대구에 몇 개가 되겠냐"며 "대구시와 예총이 힘을 합쳐 기업들이 예술소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이끌어내야 하고, 기업 또한 '문화 회식'이라는 작지만 강한 문화예술 사랑부터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기업은 돈으로 사회 환원을 하지만 시민들이 작지만 소중한 마음으로 사회 환원을 하면 문화예술 소비 붐은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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