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녹색성장

2008년 8월 15일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의 흐름에 합류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지난 2년 동안 대한민국은 온통 녹색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 산업, 소비, 관광, 금융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녹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은 국제사회에서 단기간에 우리의 기후변화 리더십을 부각시킴으로써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던 지렛대의 역할을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성싶다.

그러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 대한민국은 녹색은커녕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서 한참이나 뒤처진 환경 후진국에 불과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5년도 환경지속성지수(ES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6개국 중에서 122위에 머물렀다.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이처럼 형편없이 낮고, 꼴찌 북한(146위)과의 순위 격차가 이처럼 작은 경제'사회지표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년 동안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과 '녹색성장5개년계획'의 수립을 계기로 이제껏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IT산업에 이어 새로운 먹을거리로 등장한 녹색비즈니스 부문에서도 압축성장의 신화를 만들어나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산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의 출현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배출량 증가율이나 에너지이용 효율성 등 에너지'환경분야에서 우리가 개선해야 할 점은 여전히 적지 않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국가, 지역, 기업, 개인을 불문하고 미리 대비하지 못할 경우 규제의 칼날에 희생될 수 있는 반면, 미리 준비하는 자에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Green is green'이라는 GE의 경영 모토가 말해주듯이, 환경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가까운 예로는 대구시가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을 신재생에너지로 자원화해 유엔으로부터 CDM(청정개발제도)사업으로 인정받고, 여기서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판매함으로써 매년 50여억원의 재정수입을 올리는 사례를 들 수 있다.

화석연료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뒤처졌던 국가와 기업도 저탄소시대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회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고, 오로지 미리 준비하고 그것을 찾아나서는 자에게만 얼굴을 내민다.

우리 대구'경북지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리드해나갈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대구는 일찍이 솔라시티를 표방해 왔고 대구'경북 광역에너지클러스터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김천-구미-대구-경산-경주-포항-울진을 잇는 광역 에너지환경벨트 상에는 원자력을 비롯한 태양광, 태양열, 풍력, 연료전지 등 각종 그린에너지의 R&D와 생산기반이 잘 갖추어져 있다. 특히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자체 등 산'학'연'관 협력체제의 구축 가능성이 매우 크다. 5+2광역경제권의 대경권(大慶圈) 선도산업으로 IT융복합과 그린에너지가 선정됨으로써, 앞으로 이들 산업이 지역경제를 살찌울 성장 동력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지역의 산업지원 시책을 비롯한 교통, 건축, 농업, 관광, 투자유치 등 모든 부문에서 '녹색화' 전략을 펼쳐야한다. 또 시민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소비활동을 더욱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병들어 신음하는 하나뿐인 아름다운 지구를 살릴 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뒤처진 우리 대구'경북지역이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는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춘수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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