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춤으로 하나되는 세계인의 멋과 흥

안동국제 탈춤 페스티벌 24일 개막…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근간인 안동 하회마을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금 안동에서 탈춤페스티벌이 어느 해보다 성대하고 특별하게 준비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추석연휴 직후인 이달 24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흘간 하회마을과 안동시내 강변탈춤공원에서 다채롭게 열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maskdance.com)은 우리 탈 문화와 전통의 우수성을 새롭게 보여주고 지구촌 세계인들의 눈길을 모으기 위해 지금 개막 준비에 부산하다.

◆'탈랄라' 댄스 그 신명의 군무 속으로 가자

올해는 탈춤꾼뿐만 아니라 관광객 등 참가자들까지도 탈을 쓰지 않고 못 배기도록 축제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주최 측은 탈을 씌워 익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참가자들마다 탈춤을 통해 가슴속 깊이 숨겨져 있는 신명을 폭발시킨다는 복안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올해 주제를 '신명의 탈춤, 천년의 꿈'으로 정하고 축제장을 찾은 모든 이들이 꿈꿀 수 있는 축제, 일상에서의 일탈을 경험할 수 있는 축제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먼저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테마로 한 '탈랄라 댄스'를 개발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양반과 선비 등 지배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민중의 놀이로 약 8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전통의 원형만으로는 지구촌 세계인들의 흥을 돋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한층 더 대중화, 세계화시켰다.

올해 축제장에서 이 하회탈춤 춤사위를 활용해 개발한 탈랄라 댄스로 퍼레이드를 펼치고 군무(群舞)를 통해 관광객의 참여를 높이기로 했다. 탈랄라 댄스는 어깨춤을 시작으로 주지춤, 중춤, 이매춤, 할미춤, 초랭이춤의 여섯 가지 춤사위로 구성했다. 춤사위가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재미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추는 군무의 즐거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탈을 쓰는 즐거움과 탈춤을 추며 느끼는 가슴 터질 듯한 경험을 갖도록 한다는 것.

권두현 축제조직위원회 사무처장은 "양복을 입고 축제에 참여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탈을 쓰고 흔들흔들 춤을 추다 보면 어느새 신명이 솟아나고 누구든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곳곳 탈춤 선봬

이번 페스티벌의 묘미는 국내·외 탈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새롭게 짰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축제에 참가하는 누구나 라틴 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유럽 탈춤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

올 축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맞춰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멕시코, 몽골, 프랑스 등 7개 외국 탈춤팀들이 함께 어우러져 이국적인 공연을 펼치게 된다. 7개의 외국공연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합동공연도 마련된다. 특히 프랑스 공연단의 경우 퍼레이드 거리를 물들일 마칭밴드 공연도 준비했다.

안동지역 설화와 이야기를 테마로 한 마당극 두 편과 인형극 여덟 편 등도 마련했다. 극단 '갯돌'의 '추자 씨 어디 가세요'는 100세 된 할머니가 백수(白壽)연을 맞아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젊은 시절 첫사랑을 찾아 길을 떠난다는 줄거리로 꾸며진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의 화려한 공연도 함께 진행된다. 난타를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PMC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가 기획한 '퍼포먼스 탈'이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일주일 동안 막을 올린다. 퍼포먼스 탈은 하회탈 제작자인 허도령의 전설, 하회탈을 기본으로 한 현대사회의 정치인과 환경운동가 등 대립된 이들의 사랑 등 다양하고 독특한 내용을 선보인다.

세계 600여 점의 탈을 전시한 세계탈전시회, 재미 사진작가 전경애 씨의 하회별신굿탈놀이 사진전, 세계탈놀이경연대회, 나를 똑 닮은 나만의 탈 만들기인 창작탈공모전, 전국탈춤그리기대회, 탈춤 따라 배우기, 공으로 펼치는 석전(石戰) 등이 펼쳐진다. 또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주옥 같은 동화가 인형극으로 재탄생돼 어린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 조직위는 올해는 안동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상설 탈공방 운영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읍면동별 탈만들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 모두가 '나만의 탈' 갖기 운동을 펼쳐 시 전체가 축제장이 되고 시민 모두가 출연자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시민 1만 명이 펼치는 초대형 퍼레이드는 마치 태국 러이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피타콘탈춤축제처럼 원시적인 광란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보이겠다는 빅 이벤트다.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홍보에 주력

탈과 탈문화 집적을 통해 안동을 세계탈의 메카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탈문화예술연맹(IMACO·회장 유종하)이 진행하는 국제콘퍼런스와 세계탈전시회는 주요 부대행사다.

축제기간 중 학술대회와 탈 관련 전시, 탈 관련 콘텐츠 조사연구 등이 펼쳐진다. 작년 11월 태국에서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한 저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약 40여 개국의 탈을 안동예술의전당에서 전시하며, 세계 탈춤 전문가를 초청해 탈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학술대회도 마련했다.

탈춤조직위는 하회마을과 안동의 저력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안동은 보수적인 유교문화도시로 인식되고 있지만, 찬찬히 속을 들여다보면 놀랍고도 감동적인 문화,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승되는 고장. 독한 '안동소주 45도'가 빚어지고 있고, 유교의 대가인 퇴계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도산서원을 설립한 곳이기도 하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모태가 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유명한 사대부 마을인 하회마을에서 양반을 희화화해 조롱하고 익살스럽게 놀려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탈놀이는 관객이 된 양반들의 경제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민속놀이였다. 그만큼 옛날부터 양반, 상민 모두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며 계층 간 이해를 도모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조상의 위폐를 땅에 묻고 조국을 떠나면서 결의를 다지고 모든 재산을 팔아 나라를 되찾고자 독립운동에 나선 석주 이상룡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도 안동에서 났다.

김춘택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장은 "전통 안동의 탄탄한 문화적 토대 위에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면서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면서 "올해 탈춤페스티벌은 다양한 변화와 신명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의 관객을 맞이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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