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걷이·벌초 땐 덥더라도 긴소매 꼭 입으세요

가을철 3대 유행성 질환

추석 성묘, 벌초, 야유회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시기를 맞아 질병관리본부는 가을철 유행성 질환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고열성 질환으로는 대표적인 쓰쓰가무시증 외에 렙토스피라증, 유행성출혈열(신증후군출혈열)이 있다. 이들 3가지 질병을 흔히 '가을철 3대 열성 질환'이라고 부른다. 이들 모두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쓰쓰가무시증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전파된다. 9~11월에 집중 발생한다. 2006~2008년 매년 6천여 명에게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도 4천995 명이 쓰쓰가무시증을 보였다. 유충은 들쥐나 사람에게 우연히 일시적으로 기생하면서 숙주를 감염시킨다.

보통 감기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된다. 1~2주 잠복기를 거쳐서 두통과 고열이 며칠간 지속된다. 몸이 떨리고 땀이 나며 피부 발진, 구토, 근육통, 기침 등이 동반된다. 진드기가 물면 특징적으로 물린 자리에 피부 궤양이나 가피(부스럼딱지)가 생기는데 쓰쓰가무시가 의심되는 경우 가피가 없는지 전신의 피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갑자기 고열이 있으면서 벌레에 물린 자국이 피부에 있고 발진이 있으면 쓰쓰가무시증을 의심하게 된다. 숲에 다녀 온 경험, 즉 야영, 토목공사, 등산, 낚시 등을 다녀온 경우라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숲에 가지 않고도 발병되는 사람이 있고, 일부 환자는 가피가 없으며, 열이 나는 기간이 짧고 증세도 모두 나타나지는 않는 까닭에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혈청검사를 하거나 리켓치아(세균보다는 작고, 바이러스보다는 큰 미생물 종류)를 분리하면 확진을 한다.

경과는 다양하다. 자연 회복되는 환자부터 극소수의 경우 숨지기까지 편차가 심한 질환이다.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한 경우 병의 경과가 상당히 단축되고 완치되지만, 치료하지 않거나 시기를 놓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심부전증, 순환장애, 폐렴, 수막염이 동반된다면 최고 30%의 사망률을 보이기도 한다. 백신은 개발돼 있지 않다.

◆유행성출혈열

2006년 422명, 2007년 450명, 2008년 375명을 비롯해 지난해 334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한탄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열성질환으로 발열, 출혈, 신장애가 특징. 정식 명칭은 신증후군출혈열이다. 계절별로는 10, 11월 늦가을에 대유행기, 5~7월 늦봄에 소유행기가 있다. 이 시기가 건조기여서 들쥐 배설물이 마르면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

야외 활동이 많아 감염 기회가 많은 젊은 연령층의 남자가 여자보다 약 2, 3배 정도 많이 감염된다. 한탄바이러스는 감염된 설치류의 똥과 오줌, 침을 통해 분비가 되는데, 사람이 이 바이러스를 흡입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약 2, 3주 가량 잠복기를 지나서 갑자기 고열, 오한과 함께 결막충혈·출혈과 안면홍조, 액와부(겨드랑이) 점상출혈, 요통, 근육통, 두통의 증상을 나타낸다. 한국에서는 초기에 치명률이 15%로 높았으나 1990년대에는 5.6~7.7%로 낮아졌다.

현재는 조기진단, 치료방법 개선 등으로 치명률이 5% 미만으로 낮아졌다. 흔한 사망 원인으로는 쇼크, 2차 감염, 급성 호흡곤란증, 출혈, 급성신부전 등이 있다. 유행성출혈열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히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 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는 것을 피하고 ▷늦가을(10, 11월)과 늦봄(5, 6월) 건조기에는 절대 잔디 위에 눕지 말고 ▷야생 동물(들쥐)의 배설물 접촉을 피하고 ▷잔디 위에 침구나 옷을 말리지 말고 ▷야외활동 후 귀가 시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깨끗이 씻고 ▷가능한 한 피부의 노출을 적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간의 감염은 없으므로 환자를 격리시킬 필요는 없다. 한 번 감염됐던 사람은 항체가 생기고 이 항체는 수십년 후까지 유지되며 재감염되지는 않는다.

◆렙토스피라증

발생 빈도는 3가지 질환 중 가장 낮다. 2006년 119명, 2007년 208명, 2008년 100명에 이어 지난해 62명이 보고됐다. 설치류, 특히 쥐에 감염된 렙토스피라균의 감염에 의한 질환. 이들 쥐는 대부분 증상이 없으며, 오줌으로 렙토스피라균을 배출하고, 배출된 균들은 풀이나 흙, 늪, 연못, 물에 있다가 사람의 미세한 피부상처를 통해 균이 옮겨져 전파된다. 렙토스피라균이 피부 상처부위나 점막을 통해 침입하면 먼저 균혈증이 나타나고 곧바로 몸의 장기로 퍼져나간다. 작은 혈관 벽을 침범해 혈관염을 일으키고 세포 표면에 붙어서 세포독성 작용을 일으킨다. 주로 농촌 추수기 전후(7~11월)에 20~70대 농업 종사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7~12일의 잠복기를 거쳐서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구역질, 구토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4~7일간 지속된다. 이런 증상이 사라진 뒤 사흘 정도 지나면 고열과 뇌막자극증상, 발진, 포도막염, 근육통이나 심하면 황달, 신부전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간 또는 신장에 이상이 있으면서 치료를 받지 않았을 경우에 사망률이 15% 정도에 이른다.

치료시 페니실린, 독시사이클린 등의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가능한 조기에 투여해야 효과적이다. 이미 조직이 파괴되고 면역기전으로 질병이 진행된 경우라면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가을철 야외에서 작업할 때 긴소매, 장화, 장갑 등을 착용하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는 작업을 피해야 한다. 일정 기간만 고위험 지역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예방적으로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하기도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근미 교수

자료 제공=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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