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어르신들을 위한 구강 체조

올 여름은 유난히 긴 무더위 때문에 그 여느 해 보다도 여름나기가 힘들었다. 특히 계속되는 열대야 속에서 밤잠을 설치면서 식욕과 의욕 모두 떨어지고 하루 종일 몸이 축 쳐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우리도 이런데, 나이든 어르신들은 오죽했으랴! 옛말에 "삼복더위를 넘기면 한해가 넘어간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어르신들에게 더위는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특히 예년 여름에 비해 올해는 유난히 문상 갈 일이 잦았다. 얼마 전 친구의 부친상 조문을 갔을 때, "평소 치아가 안 좋으셔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다가 기력이 쇠하셔서 이 더위를 못 넘기신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는 상주들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들에겐 음식을 씹고 삼킨다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 하지만, 어르신들한테는 생명하고 직결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도 비슷했다. 우리 아버지는 83세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앞니를 뽑으셨고 이를 뽑은 부위가 아프다고 하시며 음식을 잘 안 드셨다. 이를 뽑기 전에 미리 틀니를 만들어 놓았지만 이를 뽑은 부위가 다 아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버지께서는 음식 삼키는 것을 힘들어하셨다. "아버지 한 숟가락만 더 드셔요"하는 자식들의 응원에 부응하려고 무척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지만 음식 넘어가는 소리가 목에서 거칠게 나니,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사전에 구강관리를 잘 해드리지 못한 게 죄송하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던 중에 보건복지부 건강증진 사업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미 일본은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어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건강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있었는데 그 중 특히 나의 주목을 끈 것은 '건강 100세 하나, 둘, 셋' 체조이다.

이는 100세까지 건강하게를 목표로 80~90세 노인들에게 의자에 앉아서 하는 근력강화 체조 속에 구강기능 향상체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체조를 보면서 왜 아버지 가 그토록 음식 삼키기를 힘들어 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80세가 넘으면 구강을 지지하는 근육들을 포함해서 온 몸의 근력이 약해지는데 이가 빠진 상태에서 꾸준히 치아주위 근육들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음식 삼키시기가 더욱 힘드셨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건강한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은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구강에 맞추어진 건강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80대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한 구강관리를 위한 체조를 개발한다면 우리 부모님들이 100세가 되어서도 행복하게 음식을 드실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나부터 구강기능 향상체조의 전도사가 되어볼까 한다.

이희경 교수<영남대병원 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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