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 김천 만정장학회

김천지역 우수학생 1800여명 동량으로 키워내

올해로 설립 36년을 맞은 김천 만정장학회는 장학금 지급 등을 통해 사회와 국가를 떠받치는 인재 배출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월 만정장학회 수혜자들이 마련한 보은 행사 모습.
올해로 설립 36년을 맞은 김천 만정장학회는 장학금 지급 등을 통해 사회와 국가를 떠받치는 인재 배출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월 만정장학회 수혜자들이 마련한 보은 행사 모습.
이철우 국회의원과 임호영 변호사 등이 보은 행사에서 만정장학회 설립자인 이병춘 옹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이철우 국회의원과 임호영 변호사 등이 보은 행사에서 만정장학회 설립자인 이병춘 옹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만정장학회 설립자인 이병춘 옹.
만정장학회 설립자인 이병춘 옹.

맹자(孟子)는 군자(君子)에게 세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에게 사고가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과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그리고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 그들을 교육하는 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배움의 길을 중도하차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는 게 나아져 예전보다는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어졌다지만 요즘에도 이 같은 일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974년에 설립된 김천 만정장학회. 잠사 공장을 경영한 ㈜한능 대표이사인 이병춘(90) 옹이 만든 이 장학회는 배움에 목말라하는 김천지역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인생의 등불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고 있다.

올해로 설립 36년째를 맞은 만정장학회는 지금까지 전달한 장학금이 4억여원에 이른다. 수혜자로는 이철우 국회의원과 서울대를 나온 임호영 변호사, 연세대 출신인 일산병원 강중구 연구부장 등 사회의 동량(棟梁)들이 많다. 만정장학회는 그동안 일반장학생 281명은 물론 사원 자녀 202명, 재령 이씨 종친회 43명 등 올해까지 1천8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만정(晩庭)장학회는 김천 출신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 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선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1981년부터 1999년까지는 김천시 관내 초중등 교원 중 훌륭한 스승을 선발, 스승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1979년부터는 한능 사원 자녀 중 중학이상 진학학생에게 입학금을 주고 있다. 김천지역 중학교에 우리말 큰사전 1권씩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정년퇴임하는 교장에게 기념품도 전달하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친 만정장학회의 선행을 바탕으로 한 행사가 올 초 김천에서 열리기도 했다. 김천문화예술회관 소강당에서 이철우 국회의원, 박보생 김천시장 및 지인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정장학회 장학금 수혜자들이 주최한 보은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만정장학회 수혜자들은 이병춘 대표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만정장학회 보은행사를 마련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만정장학회 발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좋은 일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처럼 만정장학회는 새로운 열매를 맺고 있다. 만정장학회 수혜자인 이철우 의원이 최근 재단법인 '단비장학회'를 설립하고 김천지역 초·중·고생 35명에게 장학금 1천890만원을 전달한 것. 이 장학회는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을 한데 불러모아 전달식을 하는 대신 학생들의 온라인 계좌로 장학금을 각각 입금했다. '드러내지 않는 선행'을 실천하기 위해 장학금을 조용하게 전달했다는 게 장학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의원이 장학회를 설립한 데엔 만정장학회의 공이 컸다. 가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이 의원은 김천고를 졸업하고 경북대로 진학할 때인 1974년 2월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만정장학회 제1기 수혜자로 선정돼 장학금 10만원을 받아 등록할 수 있었다는 것. 이 의원은 "당시 경북대 신입생 등록금이 3만3천원이었는데 만정장학회가 준 10만원은 매우 큰 돈이었다"며 "장학금을 받은 은혜를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장학회를 설립했다"고 털어놨다.

김천지역에서 사회와 국가를 떠받치는 인재를 배출하는 요람 역할을 하고 있는 만정장학회 설립자인 이병춘 옹은 기자의 취재 요청에 "신문에 낼만한 일도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좋은 본보기가 만정장학회라는 게 김천지역 주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대현 사회2부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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