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140년 마을 정자목이 말라 죽은 까닭은…

의성 삼촌리 아스팔트 생기고 생육환경 변화로

"무다이(원인을 알수 없이) 몇년 전부터 마르더니 죽었니더. 이곳에 산지 오십년이 넘었니더. 전에는 이 소나무 밑에서 쉬기도 하고 장날이나 볼일이 있으면 나무 밑에서 기다리다 버스를 타기도 했는데…."

전동 휠체어를 타고 밭일을 다녀오던 70대 할머니가 마을 입구 말라 죽은 소나무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토해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삼촌리 273번지 마을 입구에는 지난 1982년 9월 마을 정자목으로 지정된 수령 140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마을 수호신처럼 서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생명력을 가진 푸른 잎은 찾아볼 수가 없이 죽은 채로 있다. 주변은 온갖 잡초들로 무성해 보호수 표지석조차 찾기 힘들 정도다.

이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도로 바로 옆으로 왕복 2차로 도로를 건설하면서 도로지반이 소나무 위치보다 높아졌고, 바로 옆 논의 못자리 등으로 자연히 소나무 지반이 물에 잠기는 등 주변 여건이 변해 말라죽었다는 것이 동네 어른들의 설명이다.

지금도 소나무 주변에는 고추를 심은 밭과 각종 전깃줄, 통신선들이 지나가고 있고 최근에는 강풍에 큰 가지까지 부러졌다.

의성군 산림과 김규섭 담당은 "보호수를 살리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주변 도로나 상황 변화로 소나무가 죽어 벌써 2년 전에 보호수에서 해제됐다"고 했다. 김 담당은 "주민들 의견 등을 수렴, 베어내거나 대체 수종을 심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이 소나무의 소유는 동(洞)이고 자리 잡고 있는 위치는 사유지라 베어내거나 지반을 높여 배수시설을 갖추는 등 대체나무가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주민들간 다소 이견이 있다.

한가위를 앞두고 고향을 찾는 이곳 사람뿐 만 아니라 이 도로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마을의 풍성함을 더 할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해 좋은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 권오섭시민기자 imnewsmbc1@korea.com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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