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와 함께] 추석 대목, 떡 만들기 체험

"송편 예쁘게 빚네" 주위 칭찬에 "체질인가…?"

큰 쟁반을 가득 메운 송편을 보니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큰 쟁반을 가득 메운 송편을 보니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2시간 정도 불린 쌀을 뜰채로 건져내는 모습.
2시간 정도 불린 쌀을 뜰채로 건져내는 모습.
콩시루를 만들기 위해 콩고물을 흩뿌리는데 골고루 잘 뿌려지지가 않자 옆에서 오연 씨가 도와주고 있다.
콩시루를 만들기 위해 콩고물을 흩뿌리는데 골고루 잘 뿌려지지가 않자 옆에서 오연 씨가 도와주고 있다.
쌀가루를 반죽하는데 잘 치대지지 않아 진땀을 뺐다.
쌀가루를 반죽하는데 잘 치대지지 않아 진땀을 뺐다.

추석이 코앞이다. 이맘때가 되면 연상되는 모습이 몇몇 있다. 그 중 하나가 어머니와 누나 등 가족들이 총출동해 방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송편을 빚는 모습이다. 송편을 빚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송편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어디 송편뿐이랴. 인절미와 시루떡 등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이처럼 떡은 명절과 찰떡궁합이다. 추석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떡 만들기 체험에 나섰다.

9일 오전 현대떡집(대구 중구 종로2가). 지난해까지 염매시장 떡집 원조골목에 있다 그 자리가 현대백화점 신축 부지가 되면서 동아백화점 별관 주차장 맞은편으로 옮겼다. 대목인데 가게는 한산하다. 지금쯤 떡과 차례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요즘은 주문만 받죠. 추석 직전인 20, 21일에 집중적으로 준비해요." 사장 원병연(50) 씨가 실망하는 기자를 보고 상황을 설명했다. 노트에는 예약된 주문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고 예전처럼 명절 음식을 집에서 많이 안 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차례상 주문이 매년 조금씩 느는 것 같아요. 반면 결혼식이 줄면서 이바지 음식 주문은 줄고 있죠. 사실 이바지 음식이 돈이 되는데…."

추석 떡 주문을 일괄적으로 받았다 전날이나 당일에 음식을 만들어 건넨다는 것이다. 미리 해놓으면 굳어져 맛이 없고 상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아하, 그렇구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를 모르고 '대목이니까 바쁘겠지'라고 단순화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원 씨는 기자체험을 위해 떡 만들기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이날 만들어 볼 떡은 송편과 콩시루, 인절미, 약식(약밥)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쌀을 물에 불리는 것이다. 최소한 2시간 정도 불려야 쌀이 부드럽게 갈린다. 불린 쌀은 자동 떡 성형기로 향한다. 떡 성형기는 옛날로 치면 '맷돌'인 셈이다. 맞닿아 있는 돌 롤러가 각종 곡물을 갈아 가루로 만든다. 떡 성형기에 불린 쌀을 붓고 작동버튼을 누르려는데 공동사장 원오연(43·병연 씨의 동생) 씨가 손사래를 친다. 소금을 1, 2스푼 넣어 간을 맞춰야 한단다. 소금을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자 '윙' 하는 굉음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쌀이 갈려버린다. 신기했다. "요즘 세상 좋아졌죠" 오연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떡 성형기를 통해 몇 차례 가느냐에 따라 쌀가루 또한 부드러운 정도가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인절미용 쌀은 한 차례만 갈지만 부드러운 콩시루용 쌀은 두 번 간다고 한다.

이제 곱게 갈려진 쌀가루를 찔 차례. 콩시루의 경우 시루에 노란 콩고물을 깔고 그 위에 쌀가루를 붓고 다시 콩고물을 얹는다. 이때 관건은 얼마나 고르게 콩고물을 흩뿌리느냐다. 콩고물을 시루에 흩뿌리는데 생각만큼 골고루 되지 않는다. 여기저기 높이가 다르다. 보다 못한 오연 씨가 거든다. 확실히 경력이 무섭다. 마치 자로 잰 듯 평평해졌다. 시루를 스팀기에 올렸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더니 익어가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중간에 물을 조금 부어주어야 한다. 그대로 놔두면 너무 익어 빨리 딱딱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너무 많이 익히면 안 된다. 쌀가루가 부풀어 올라 콩시루 테두리가 하얗게 변하기 때문이다. 갈라지지 않도록 기포 구멍도 뚫어줘야 한다. 보기보다 손이 정말 많이 간다. 과연 정성이란 말이 느껴진다. 인절미용 쌀가루도 같은 방식으로 쪘다.

콩시루와 인절미용 쌀가루를 찌는 동안 약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약식 만들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설탕과 대추씨로 우려낸 물에 넣은 고두밥에 땅콩과 설탕, 소금 등을 넣어 찌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연한 갈색 빛이 돌죠. 하지만 어떤 약밥은 너무 검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대추가 아닌 캐러멜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해 봐야 하죠." 갈색빛이 도는 약식에 대추나 건포도, 밤 등 고명을 얹어놓았다. 그랬더니 먹음직스러운 약식이 완성됐다. 그러는 사이 스팀에 찌던 시루를 빼내자 인절미와 콩시루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떡 만들기의 하이라이트인 송편 빚기에 들어갔다. 먼저 기계로 간 쌀가루를 반죽할 차례. 플라스틱 대야에 쌀가루를 넣고 물을 부은 뒤 손으로 이리저리 치대는데 반죽이 잘 움직이질 않는다. 골고루 치대야 하는데 한쪽만 자꾸 치대진다. 한참을 지켜보던 오연 씨가 도움의 손길을 준다.

이제 테이블에 앉아 송편을 빚을 차례. 반죽을 뚝뚝 잘라내 손가락으로 테두리를 눌러가며 항아리 형태로 만든다. 고물에는 깨와 콩, 설탕을 섞어 간 깨고물과 통팥이 들어간 팥고물이 준비돼 있다. "일반적으로 송편을 주문받으면 팥송편과 깨송편이 반반씩 나가요. 어른들은 보통 팥송편을 좋아하는 편이죠. 하지만 팥이 자고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가 있어 차례상에는 팥송편 대신 깨송편을 올리죠."고물을 너무 많이 넣은 탓인지 반죽이 터진다. 반죽이 터지려고 하면 참기름을 살짝 발라주면 된다고 한다.

송편의 모양은 고물을 넣고 동그랗게 만 다음 반죽을 힘껏 잡아주면서 손가락 마디 자국을 낸다. 그러면서 다른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면 송편 모양이 탄생하는 것이다. 좀 하다 보니 작업속도가 빨라진다. 이상하게도 재밌다. 주위에서 예쁘게 빚는다며 칭찬을 해준다. 송편 빚는 체질인가 싶다. 큰 쟁반 위에 빼곡히 놓인 송편들을 보자 마음마저 풍성해지는 것 같다. 이번 추석 때는 집에서 직접 송편을 빚어보는 것이 어떨까.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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