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이 있다. 반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각자가 타고 난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물만 먹는데 살이 찔 수는 없다. 그러나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데도 체지방이 잘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비만인 사람은 결코 날씬해 질수는 없는가? 영국 캠브리지 의과대학 러스 루즈 교수 연구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도 신체적으로 활동적이라면 비만유전자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39세에서 79세 사이의 영국인 2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그들의 비만 유전자와 운동습관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키 170㎝의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양부모 한쪽으로부터 물려받은 비만유전자의 종류 하나 당 평균 체중 증가는 0.45㎏이었다. 예컨대 비만유전자를 전혀 갖지 않은 정상인의 체중이 70㎏이라면 10가지 종류의 비만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74.5㎏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체중 증가치는 그 사람의 생활습관과 운동량에 따라 크게 달랐다. 신체 활동량이 많아질수록 비만유전자 하나 당 체중증가는 반비례해 줄어들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면서 신체적 여가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비만 유전자 한 종류 당 체중증가는 0.59㎏이었다. 반면 서서 일을 하거나, 앉아서 일을 하지만 하루 30분 미만의 신체 여가 활동을 하는 사람의 체중증가는 비만유전자 한 종류당 0.39㎏이었다. 활동적인 사람 즉 사무실 책상에서 앉아서 일을 하더라도 하루 30~60분 간 운동을 하거나, 운동 시간은 하루 30분 미만이지만 서서 일하는 사람의 비만 유전자 한 종류당 체중증가는 0.36㎏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운동을 통해서 유전적인 비만위험을 약 40%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도 신체활동이 많지 않으면 비만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비만유전자를 가진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운동의 비만 예방효과는 크지 않았다. 바꿔 얘기하면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직업적으로 활동적이거나 운동을 통해서 신체활동량을 늘린다면 더 큰 체중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계단 오르기나 가까운 거리 걷기와 같은 매일 조금씩 하는 운동이 비만유전자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비만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서 매일 열심히 운동할 필요는 없다.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하는 마라톤을 해야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으로 많이 움직이고 여가활동으로 운동을 즐긴다면 비만유전자를 극복할 수 있다. 비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은 자신의 체질만 탓할 것이 아니라 평소 신체활동량이 너무 적지 않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운동사·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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