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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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피재우(대구 수성구 만촌3동)
다음 주 글감은 '10월이 오면'입니다
♥ 논에서 닭싸움하다 혼쭐
실제 닭들의 싸움을 보면 정말 무섭다. 특히 벼슬을 곧추세우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장닭의 모습을 보고 연약한 동물도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훠이훠이'하며 대나무 장대로 닭을 내쫓던 어린 시절, 성난 닭이 눈을 부라리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닭싸움 놀이가 시작 되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에게 가장 큰 명절은 추석이다. 송편도 좋고 추석빔도 좋지만 가장 신나는 건 추석 바로 전날이다. 달이 휘영청 밝아 잠도 오지 않는 밤. 도회지로 떠날 촌녀(?)들이 다 모이는 날이다. 이른 곳은 벌써 벼를 베어두고 말리는 과정에 있는 논도 있다. 우리는 그곳으로 들어가 닭싸움 놀이를 한다. 왜 하필이면 그런 논을 택하느냐고? 닭싸움 하며 넘어져 엉덩방아 찧어도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웃골 팀과 아랫골 팀이 시합 붙으면 당연히 내가 속한 웃골 팀이 항상 이겼다. 왜냐하면 웃골 팀 여자들은 거의 선머슴아 수준이었으므로 시합을 할 땐 모두 신발을 벗어놓고 한다. 아랫골 팀은 여자의 본능을 저버리지 않고 새 옷에 새 신을 신고 닭싸움을 하는데 무논에 신발이 쩍 달라붙어서 한방에 그냥 넘어져 버린다. 그리하여 이긴 팀은 가만 앉아서 진 팀이 가져다 준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서 다함께 밤새도록 노는데 문제는 그 논에 베어 둔 벼들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바삭바삭 말려서 타작을 해야 하는데 벼이삭이 진흙에 처박혀 있었으니 다음날 주인 할아버지가 지게 작대기를 들고 집집마다 범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얼른 도랑으로 가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야 하는데 아랫골 아이들이 들켜버려서 추석날 아침 모두 새끼줄에 줄줄이 엮여 진흙 속에 박힌 벼이삭을 빼내서 씻어 주어야 했다. 그해 추석은 최대 명절이 아니라 최악의 명절이 되어 버렸다. 닭싸움 때문에.
문삼숙(대구 달서구 용산동)
♥ 옛 이웃아저씨 치매소식에 걱정
이번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고 다녀올 곳이 있다. 20대 시절에 동고동락 했던 이웃사촌 언니네 남편을 찾아뵙는 것이다. 언니 남편은 젊은 시절에는 잘 나가는 사업가로서 어깨 힘주고 다녔는데 어느 날 부도가 나면서 모든 걸 정리하고 갈팡질팡 하다가 일자리를 마련한 것이 건축 일이었다. 열심히 살아온 결과일까. 빚쟁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드디어 삶의 행복을 누리며 불안에 떨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슬하에 두 자녀도 출가시키고 단 둘이 살아가야 할 시점에 언니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남편이랑 여행을 다니면서 힘들었던 과거를 지우는 것 같아서 옆에서 바라보는 나 또한 마음이 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부 차 전화를 했더니 언니 목소리가 이상했다.
"언니 우는 거야? 무슨 일 있는 거야?"자꾸 물음표를 늘어놓는 나에게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아저씨가 자기가 한 일을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해서 걱정을 했는데 검사결과 치매 초기 증상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정말 언니 남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집안에 두고 외출도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해져서 병명을 진단 받은 지 보름도 안 돼 병원에 입원했고 이제는 방법이 없어서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이제 죽을 때까지 요양병원에 있어야 될 것 같다면서 언니는 나중에 미용봉사를 같이 가자고 했지만 가슴 한 모퉁이가 더 아파오기 전에 이번 추석엔 아저씨를 찾아뵈어야겠다.
내 딸 같이 생각한다던 아저씨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 "아들 낳으면 1천만원 줄게"
엄마가 '들들들' 볶으면 아내는 '덜덜덜' 떨고 있다. 엄마가 '들들들'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고향 동네에 일흔이 넘은 어르신이 계시는데 이분은 딸만 네 명이 있어 모두 결혼을 했다. 노인 내외분만 계시는데 동네 사람들이 이분을 부를 때 마땅한 호칭이 없어 어르신 이름을 부르더란 것이다. 아들이 있었다면 누구의 부친 또는 아무개의 할아버지라고 할 텐데 딸들이 멀리서 결혼 생활을 하니 어쩔 수 없이 어르신 이름을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한사코 아들을 꼭 낳아야 한다며 '들들들'하시는 것이다. "딸랑이 아빠란 소리 듣지 말고 어서 아들 하나 낳아라."딸 둘을 두었다고 '딸딸'의 발음을 '딸랑이 아빠'라고 부르는 엄마, 이 소리를 아들인 나에게만 하는 게 아니라 며느리 면전에다 대고 하시니 아내는 '덜덜덜' 떨 수밖에 없다. 지난 추석에는 아내에게 한 가지 약조를 하자며 제의를 하셨다. 아내가 아들 낳으면 축하금 1천만원과 대학 마칠 때 까지 학비는 엄마가 다 부담할 것이니 걱정 말고 아들 낳으라고 종용하셨지만 대답은 '예'라고 해놓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이 또 한가위를 맞게 되었다.
언뜻 들으면 괜찮은 조건(?)인 것 같은데 엄마의 현재 연세는 일흔 셋, 직업 없음, 건강 별로 좋지 않음. 아이가 대학을 마칠 나이인 24년 후, 엄마는 아흔 다섯이다. 엄마의 '뻥'에 속을 사람도 아니지만 사실 맞벌이도 아닌 가정에서 아들 낳을 때까지 계속 낳아보라는 엄마의 깊은 뜻(?)을 어찌 따를 수 있으랴! 엄마는 세 명을 낳으라는 게 아니라 아들 낳을 때까지 낳으라는 말씀인데 대답만 해놓고 아내의 배는 아직도 홀쭉한데 이 명절을 또 어떻게 맞을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슬슬 아내의 스트레스지수가 올라가는 요즘, 어찌하면 고부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 한가위의 달처럼 둥글둥글 욕심내지 말고 살아가면 좋으련만. 엄마가 아들 타령하면 달타령이나 불러 드려야겠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재롱을 떨 수밖에 방법이 없다.
문익권(대구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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