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중국패권론을 직시하자

중국 건국 61주년 기념일인 '국경절'을 맞은 1일 오후 6시 59분 57초.중국의 두 번째 무인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2호'가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됐다. 2007년 중국 최초의 달탐사 위성 창어 1호 이후 3년 만이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언론들은 발사 1시간 후, 창어 2호의 발사가 성공적이라며 2012년 달탐사선의 달 착륙과 2017년 중국 우주인을 달에 직접 보낸다는 우주탐사계획도 함께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유인우주인의 우주유영까지 성공시키면서 우주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중국이 본격적인 우주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개발계획은 군사대국화의 길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달탐사위성 성공을 바라보는 미국과 일본의 표정은 착잡하다.

그러나 중국의 국경절 연휴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헌화의식이 열렸다. 두 가지 행사를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했다.

중국과 일본 간의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전쟁 결과도 중국 내 민족주의 고조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중일분쟁과 창어2호 성공은 '중국위협론'과 '중국패권론'의 현실화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이 강조하던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의 겸손한 자세에서 벗어나 '대국굴기'의 야망을 공공연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경제대국 G2의 위상에 걸맞은 군사적, 외교적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옌쉬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이 경제력과 괴리를 보이고 있는 군사력을 증강시켜야 중국의 생존이 보장될 수 있다"며 아예 '중국굴기론'을 주장한다. 중국의 굴기는 중국의 동맹국과 우방국들에게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중국을 위협대상으로 인식하는 국가는 중국도 위협대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일부 강경한 학자들이지만 조만간 중국 지도자들의 입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겠다는 위협을 들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중국의 우주개발계획이 1960년대에 마오쩌둥 주석에 의해 마련됐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50년 전부터 준비해 온 중국의 원대한 계획이 이제서야 본궤도에 오르게 된 셈이다.

우리 사정은 어떤가.

50년은 고사하고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계획이 있는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던 우리 민족의 역동성은 어디에 있는가. 민주화를 이뤄내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고 17세의 어린 소녀들이 여자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우리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대한민국의 꿈'은 무엇인가.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삼성의 휴대폰과 반도체, 현대의 자동차 성공신화는 효력을 잃었다. 더 이상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세계 1위짜리 아이템은 없다.

물론 우리 사회와 체제가 갖고 있는 역동성과 개방성이 사회주의 중국보다는 낫다.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 국가의 미래와 생존에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10년, 20년소계도 없는 나라가 현재의 우리나라다. 이제 2년 후 권좌에서 내려올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기간 동안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국정감사를 통해 되돌릴 수도 없는 4대강 사업을 중지시키려고 하기도 하고 금(金)치가 돼 버린 김치 때문에 누구 탓이냐며 책임공방을 벌인다. 이런 행태는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5년마다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정치적 역동성이 오히려 불확실성과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당은 장기집권을 꾀하고 야당은 정권교체에만 몰두하는 협량의 정치로는 중국이 패권국가로 굴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2012년은 대격동의 시기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부가 교체되고 우리 대선이 있는 해다. 북한체제에도 중대한 변화가 벌어질 수 있다. 주변정세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뒤바꿔놓을 수도 있는 시기다. 모두가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꿈'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다.

서명수 서울정치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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