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근대미술의 향기] 전선택 '초대'

기다림과 환대가 느껴지는 풍경

72.7×60.6cm,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79년
72.7×60.6cm,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79년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자리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누구일지. 진심에서 우러나온 환대만큼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 기쁨이 없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보면 그런 만남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느껴진다. 환대가 예상되는 기다림은 테이블 위에 놓인 몇 가지 사물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진한 갈색 병에 든 향기로운 술 한 병과 넉넉한 크기의 컵들과 간단한 안주가 올라져 있을 뿐이지만 거기서 보이지 않는 인물의 성격이 짐작이 간다. 오랜 지기들 간의 만남인 양 담배 한 갑을 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선 어떤 얘기가 오갈까? 이심전심의 눈빛만 봐도 말없는 침묵이 흘러도 좋을 돈독한 우정의 분위기가 감돈다.

배경은 양쪽의 두 물길이 하나로 만나 합수하는 너른 바다 같은 곳이다. 강물과 바다는 또한 시간의 흐름과 만남, 관대한 마음 등을 상징한다. 작가는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사는 실향민이다. 실제로 이 배경은 평북 정주에서 바닷가가 가까운 곽산이 고향인 작가가 꿈에서나 그리는 이상향일지 모른다. 기다림과 만남에 대한 각별한 정서를 지녔을 작가는 긴 타향살이에서 얻은 친구들일 수도 있겠고, 어릴 적 고향의 벗일 수도 있는 인물들을 상상하며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비록 한때의 갈등이나 오해가 깊었던 사이들이라 해도 이런 곳에서의 해후라면 모두 화해될 것 같다. 어쩌면 올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일 수도 있어 한없이 외로운 마음에 말없는 기다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추상적 관념이 형상화되었다.

60년대 이후 전선택의 작품세계는 사물의 정학한 형태를 재현하던 기량을 바탕으로 단순화된 반추상적인 형태를 천착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대상을 축약하고 생략하면서 주제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작업으로 들어가 특유의 감성적인 화면을 구축하게 되었다. 공감을 자아내게 하는 감정을 이입시키는 그림은 더 이상 사물의 정확한 외형 묘사에 집착하지 않고 대신 대상의 형태와 색채에 감정이 최대한 일치할 때까지 다듬고 조절하고 조정하기를 수없이 반복하게 된다. 어느 정도 대상의 추상화는 상상력을 더욱 자유롭게 한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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