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진은 누구에게나 일상이 됐다. 고화질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누구나 예술이라 자부할 만큼 수준이 높아져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이 찍은 사진과 사진작가의 '예술'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을까.
갤러리분도 윤규홍 큐레이터는 "사진은 카메라가 가지는 기술 집약에 머무르지 않고 고유한 조형언어와 예술가적 의식을 드러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즉 사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예술의 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금 대구문예회관 등에서 열리고 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 사진 작품들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여전히 사진의 기록성을 강조한 리얼리즘 사진도 있지만 예술성을 강조한 사진도 많다. 대상을 알아볼 수 없도록 흐릿하게 찍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엉뚱한 상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진도 있다. 사진작가들은 기법적으로 사진을 조작하거나 대상을 모호하게 찍기도 한다. 합성, 포토샵 등의 기법이 빈번하게 활용된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현대사진 역시 미술과 마찬가지로 형식을 파괴하고 합성하는 등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이 현대미술과 점차 가까워진다는 진단에서부터 미술의 한 영역에서 사진을 다루기도 하는 등 사진'미술계 안팎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많은 미술가들이 표현의 또 다른 방식으로 사진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갤러리분도 윤규홍 큐레이터는 "이들에게 사진을 찍는 것은 화가의 붓질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진은 예술가들의 손에서 회화, 조각, 영상 등과 결합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용환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는 "현대의 모든 것이 융합되면서 미술과 사진이라는 장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진 기술이 중요한 사진예술에서 일반인이 똑같은 기종을 갖고 똑같은 장소에 갔을 때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강위원 대구사진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은 "사진에는 찍는 사람의 시각과 의도가 담겨 있는 만큼 기술이 같더라도 똑같은 작품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백종하 사진작가는 "강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달이 뜨기를 기다리는 그 마음부터가 예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술로서의 사진 영역은 어디까지 확대될까. 조각과 회화, 사진과 영상을 결합해서 보여주는 유현미 작가는 사진을 휴대 전화에 빗대어 설명했다.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능이 휴대전화에 담기고 있는 것처럼 사진 역시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고 말한다. 그는 "현대 사진의 범위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사진은 기술과 결합하는 매체의 특성상 발전 가능성이 유난히 큰 분야"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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