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후임(52·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가급적 오후 늦은 시간에 백화점을 찾는다. 식품매장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른 매장을 충분히 돌아본 뒤 폐점 시간이 임박해서 식품관을 찾는 것. 그는 "식품관 폐점시간을 활용하면 신선식품을 싸게 판매하는 타임서비스, 덤 판매 등의 특별행사를 노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최 씨처럼 백화점 폐점에 임박해 식품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경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이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들어 식품관의 시간대별 매출이 오후 6~8시(폐점)가 21.3%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오후 4~6시 17.9%, 오후 2~4시 14.8% 등으로 분석된 것. 의류매장과 식품매장의 피크타임대는 오후 4~6시라는 백화점의 오랜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반면 다른 매장의 매출은 오후 4~6시가 21.4%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오후 2~4시 17.8%, 오후 6~8시(폐점) 15.8% 순이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이종언 식품팀장은 "시간이 다소 늦더라도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하면서 백화점 식품 구매 패턴을 크게 바꿔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런 패턴 변화에 따라 백화점에서도 이달 17일까지 '식품 그린 마일리지' 행사를 통해 사은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 2분기 엥겔계수가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식품관 쇼핑시간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가계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가 2분기 13.31%로 집계되면서 2001년 3분기 1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 가계의 최종소비 지출액 145조9천140억원 가운데 19조4천270억원이 식료품을 사는 데 쓰였다는 말이다. 엥겔계수는 1970, 80년대 20~30%에 달하다가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12%대까지 낮아졌으나,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지난해부터는 13%대로 반등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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