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정도 잘 사용했으니 좀 더 진보된 한의서가 나와야죠."
변정환 전 대구한의대 총장. 지난 6월 총장직에서 물러났고 32년생으로 몇 달 뒤면 여든 살이 되지만 아직 그의 하루는 바쁘다.
"지난해부터 집필을 해 왔으니 내년쯤 되면 신동의보감 출간이 가능할 것입니다. 시대 변화에 상관없이 조선조 때 동의보감만 이용해 왔으니 조상들의 은혜를 갚아야죠."
한의대 설립자인 변 전 총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한의사의 맥을 이어오는 타고난 한의사다.
"5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본격적으로 한의학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중구 봉산동에 개원을 한 것이 50년 전이니 저한테 치료를 받은 사람이 몇십만 명은 족히 될 것입니다."
대침을 통한 '중풍'과 '고혈압' 치료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국내 한의학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한의사회 회장을 비롯해 지난 1980년에는 사재를 털어 대구경북 지역 숙원 사업이던 한의대를 직접 설립했다.
"지역 대학들이 한의과 설립에 나서지 않아 설득에 지쳐 직접 한의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탓에 집은 물론 결혼 반지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한방 산업 뿌리가 깊은 대구경북만 빼고 타 지역에서 잇따라 한의대를 만드는 데 자극을 받아 한의대 건립에 나섰다는 설명.
그는 얼마 전 반월당에 '제한 한의원' 문을 다시 열었다.
"평생 해온 일이지만 나이 들어 개원을 하니 후배들 눈치(?)가 보여 개업 인사장도 돌리지 않았다"며 "진료도 일주일에 3일만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40~50명의 환자들이 찾아들고 있다. 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한약' 요청이 많아 택배로 약을 배송하느라 한의원은 하루 종일 부산하다.
변 전 총장은 "예전에는 대침을 주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환자들이 인내력도 약하고 대침을 놓으면 나도 기(氣)가 줄어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아직도 일부에서 한의학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치료를 받아본 환자를 속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우리 민족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소중한 자산 중의 하나가 한의학이며 미래 성장 산업으로서도 무궁한 발전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탄탄한 체력을 가진 그에게 건강 비결을 물었다.
"잠은 하루에 5시간 정도 잡니다. 소식과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이 중요하며 몸을 지키기 위해 한약을 챙겨 먹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변 전 총장은 젊었을 때에는 하루 3~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한다.
"남들처럼 자서야 성공할 수가 없죠. 시간이 아까운 것도 있었지만 몇 시간 자도 지금껏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일주일에 3일만 진료를 보는 것도 한의학 서적 집필뿐 아니라 주역 강의와 국내외에서 열리는 각종 한의학 관련 행사에 참석하느라 시간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힘이 닿을 때까지 진료를 할 생각입니다. 또 국제적으로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 한의학인 만큼 앞으로 한의학의 해외 수출을 위해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50년 역사가 묻어있는 '제한 한의원' 간판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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