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대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섬유, 사과, 보수성, 무더위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아마 무뚝뚝함과 불친절이 아닐까 한다. 외지에서 처음 온 이들이나 오랫동안 타지에 살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이 대구에서 느끼는 첫 인상이기도 하다.
호남이 '예향(藝鄕)'이라면 대구'경북의 특징은 양반'선비 문화가 짙게 남아있는 '예의지향(禮儀之鄕)'이다. 그 때문인지 대구 사람들이 미소와 친절에 인색한 게 사실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자주 웃으면 실성한 사람이나 실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남자가 곰살갑게 굴면 사내답지 못하다거나 채신머리가 없다는 등의 비아냥을 들으면서 자란 기억이 있다.
조선 말기의 삿갓시인 김병연이 8도의 인심을 나타낸 4자성어 중 경상도를 묘사한 '태산준령(泰山峻嶺)'에서도 주변을 감싸고 있는 험준한 산세와 함께 영남 사람들의 과묵하고 무뚝뚝하며 보수적인 기질을 그대로 읽을 수가 있다. 어떤 이들은 경상도 사람들의 이러한 기질을 두고 '의리와 속정은 오히려 깊다'는 말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 간 울타리가 사라진 지구촌 시대다. 과거 농경시대의 공동체사회와는 전혀 다른 세계화'정보화 사회이고, 외국인 거주자가 100만 명을 넘으며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친절의 사전적 의미는 '정겹고 고분고분한 태도'이지만 친절은 결국 '남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외지인과 외국인을 열린 마음으로 맞고 배려하는 자세는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양식 있는 민주시민으로서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길을 가다 만난 거지에게 적선을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자 "형제여,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은 가진 돈이 없구려. 내게 돈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 드릴텐데…"라고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러자 거지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선생님, 당신은 돈보다 더 귀중한 것을 주셨습니다. 저를 형제라고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일 한국인 경영자인 유봉식 회장이 설립한 MK택시는 친절 서비스를 잘 하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MK택시는 가장 친절하고 안전하기로 정평이 나 있고, 교토시민의 99.9%는 MK택시를 타기를 원한다고 한다. 고르바초프, 지미 카터와 같은 해외 저명 인사들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외무성이 제공하는 관용차를 타지 않고 MK택시를 이용했다고 한다. MK택시는 친절이 얼마나 소중한 덕목이며 값진 자산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선진국을 여행하면서 우리에게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 중의 하나로 대부분 국민들의 친절함과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들 수 있다.
친절은 개인과 기업, 지역과 국가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친절한 사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더 높고, 고객에 대한 친절은 기업의 성공을 위한 금과옥조나 다름없으며, 친절은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무형의 자산이라 할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19일 열리는 세계한상대회를 비롯해 11월 G20정상회의, 2011세계육상수권대회, 2013세계에너지총회 등 큼직한 국제행사들을 앞두고 있다.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도로나 호텔, 경기장과 같은 눈에 보이는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시'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겨운 미소와 친절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필요하다. 미소와 친절이라는 대구'경북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고 지역의 매력과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사람도 기업도, 돈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밝은 미소와 훈훈한 정을 듬뿍 담는다면 비록 억센 억양의 경상도 사투리라도 그들의 마음을 사고도 남을 것이다. 출퇴근 길에 마주치는 '당신의 미소가 대구의 미소입니다'라는 현수막이 한층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하춘수(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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