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유혹하는 요즘이다. 왠지 밖으로 향해야 하는 강박관념까지 든다. 도심에서 뭔가 짜릿한 경험을 하려면 놀이동산이 제격이다.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등을 타며 스릴을 맘껏 내뿜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자연에 몸을 던지며 스릴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달성군 가창 허브힐즈의 에코 어드벤처가 바로 그것.
2008년 개장한 에코 어드벤처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와이어나 로프, 목재구조물 등을 이용해 옮겨가는 신개념 레포츠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장해 이미 동호회까지 생겨날 정도로 인기다.
에코 어드벤처는 사뭇 군대 유격훈련과 닮았다. 땅에 발을 디디지 않고 그물을 타거나 줄에 매달리고 구름다리를 건너는 등의 행위를 해야 하니 말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체력과 담력은 기본이다. 코스마다 난이도가 다르지만 단순히 놀이라고 얕잡아 보다가는 큰코다치기 일쑤다.
교관 서우정(35) 씨는 "남성들은 대체로 객기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들이 상급자 코스인 킹콩 코스를 도전했다 탈진하기도 한다"며 "힘보다는 요령에 의존하는 여성들이 오히려 잘 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난이도에 따라 총 6가지 코스가 있는데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고릴라 코스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체력과 담력에 자신있다면 킹콩 코스도 해볼 만하다. 최상의 난코스인 타잔 코스는 킹콩 코스에 익숙하거나 체력이 충분히 받쳐주는 사람이 아니면 도전하기가 버겁다. 시작부터가 10m 높이의 인공암벽 등반이니 체험해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코스를 타기 전 안전교육은 필수다. 공중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교육의 핵심은 안전장비 활용. 헬멧과 손장갑, 허리 안전장비인 보드리예(장비들이 모두 프랑스 제품이라 프랑스 용어로 돼 있다)를 착용한다. 특히 무스끄똥(안전고리)과 뿔리(도르래)가 장착돼 있는 보드리예는 가장 중요한 장비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널 때마다 무스끄똥을 빨간색 표시가 있는 로프에 반드시 걸어야 하기 때문. 이른바 '생명줄'인 것이다.
설명을 충분히 들은 뒤 연습 코스를 타봤다. 줄을 잡고 공중에서 나무 사이를 건넌 뒤 2개의 무스끄똥을 로프에 연결하고 다시 나무 사이로 건너는 반복 연습이었다. 무스끄똥은 항상 로프에 걸어져 있어야 한다. 연습을 할 때는 왠지 만만해보였다. 교관 서 씨는 "실제로 타보면 긴장돼 무스끄똥 연결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겁을 준다.
이제 실전이다. 워낙 킹콩 코스를 권하는 서 씨의 횡포(?)에 킹콩 코스에 도전해 봤다. 그물을 잡고 10m 높이의 나무에 오르자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짚라인'(zipline'나무 사이에 와이어를 연결하고 도르래를 이용해 빠르게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레포츠)을 탈 차례. 밑을 보니 저절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130m 정도의 반대편 나무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데 몸이 잘 움직이질 않는다. 교관이 시키는 대로 뿔리를 잡고 몸을 로프에 자연스레 맡기면서 살며시 앞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도르래가 움직이더니 속도가 붙었다. 함성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마치 타잔이 된 듯 공포는 짜릿함으로 변해갔다. 삽시간에 130m를 건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반대편 나무에 도착하자마자 설치된 매트를 잡아야 하는데 자세가 틀어지면서 튕기고 말았다. 몸이 밀리더니 와이어 중간 지점까지 밀려왔다. 어쩔 수 없이 와이어를 조금씩 끌어당겨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끌어당기다 보니 에너지는 다 소진됐다. 헉헉거리며 억지로 반대편 나무에 올라섰지만 더 이상 갈 힘이 없어졌다. 할 수 없이 중도 포기하고 한 단계 낮은 고릴라 코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고릴라 코스도 만만치 않았다. 앞뒤로 흔들리는 나무를 짚고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밑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였다. 아무리 무스끄똥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지만 지탱하는 나무가 흔들릴 때는 식은땀까지 났다. 팔과 다리는 굳은 지 오래다. 뱀 그물에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참을 좌우로 흔들리는 그물 안에 갇히기도 했다.
바짝 긴장을 한 탓에 1게임(나무 사이를 연결한 루트)이 끝날 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 공중에만 서면 무스끄똥이 몸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몸이 뻣뻣해진다. 하지만 코스를 마무리하자 해냈다는 성취감에 가슴속이 뿌듯해졌다.
교관 서 씨는 "처음 타면 무서워서 오직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두세 차례 타다 보면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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